25일 결국 2월 임시국회 입법 전쟁의 화약고가 폭발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께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신문ㆍ방송 겸영을 핵심 내용으로 한 미디어 관련 법안을 기습적으로 일괄 상정한 것이다.
당초 이날 오후 2시 문방위가 열렸을 때만 해도 직권상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고 위원장이 "23일까지 모든 의안에 대한 상정 협의를 하도록 했지만 합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처리하는 게 정도"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개의 직후 비쟁점 법안에 대한 정책질의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이 26일 전체회의 개최를 요청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야당은 사실상의 직권상정 수순이라고 반발했다. 여당도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야가 일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자 고 위원장은 "협상에 도저히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며 "국회법 77조에 따라 방송법 등 22개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한 일괄 상정할 수밖에 없다. 행정실, 의안 전부 배부하세요"라고 말한 후 의사봉을 내리치려 했다.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으로 달려가 상정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고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합니다"라며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렸다.
즉각 야당 의원들은 '상정 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했지만 고 위원장은 직권상정 15분 만에 한나라당 의원 등의 호위를 받으며 회의장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 등이 달려들어 앞길을 막아 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고 위원장은 오후 1시30분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에서 문방위 소속 의원들을 따로 불러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미리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즉각 여야 간에 상정 효력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직권상정 당시 22개 법안이 의원들에게 배부되지 않았고 ▦고 위원장이 법안명을 열거하지 않은 채 의안의 대표 법률안과 다른 미디어 관련 법안이라는 명칭 사용했으며 ▦새로운 법안을 상정한다는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 변경 합의가 없었다는 점 등 국회법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원이 보는 단말기에 22건의 의안목록이 표시된 데다 의안목록도 배부됐고 ▦19일 회의에서 22개 법안에 대해 이미 얘기해 특정했으며 ▦국회법 77조에 따라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변경해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에 여야 간사 간 일정 합의가 필요없다는 이유를 들어 합법 절차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문방위 회의실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MB악법과 연관된 주요 상임위의 경우에는 회의실에 들어가 여당의 추가적인 기습 상정을 원천 봉쇄키로 했다. 또 김형오 국회의장이 쟁점법안 조율을 위해 제안한 26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에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고성호 기자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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