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이 넘는 슈퍼 추가경정예산이 가능할까.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추경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여당에선 슈퍼 추경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30조원이라면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수준으로, 역대 추경 중 최대 규모였던 1998년 13조9,000억원의 2배를 훨씬 웃도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경 규모와 관련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규모에 대해선 파격적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30조원을 넘어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24일 "20조~30조원으로 알려져 있는 추경 규모로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슈퍼 추경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예측을 초월할 정도로 경기 악화가 가파르고 심각하기 때문에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정부도, 정치권도,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는 상황. 그러나 정부가 빚을 내서 추경을 하는 마당에 무조건 규모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추경 규모도 논의 초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수 감소를 고려할 때 최소 10조원 정도가 거론되다가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재정은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며 추경 편성을 할만한 재정적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말 우리의 국가채무는 317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2.7% 수준. 일본(170.3%) 미국 (62.8%)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4%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또 미국이 GDP의 5%가 넘는 7,182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새로 추진하는 등 각국이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대대적인 재정 지출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기존 부양책은 올해 GDP의 1.5%(IMF 집계) 수준이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쌓이기 시작하면, 재정 건전성 관리는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버블붕괴 이후인 1990년대 124조엔의 추가 재정을 투입한 일본의 경우 재정적자가 2002년 GDP대비 8.8%에서 2007년 3.4%로 개선됐음에도 국가부채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우리도 원래 예산안대로라면 올해 국가채무는 2008년보다 35조7,000억원 늘어나 GDP 대비 34.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경 규모에 따라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추경 재원으로 지난해 세계잉여금 중 2조1,000여억원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정택 원장은 "올해 당장은 정부가 적자 규모를 걱정하기보다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경기부양 지출을 해야 하며, GDP의 1.5%(약 15조원)정도를 더 투자해도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문제이므로 경기가 반전될 경우 빠른 속도로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추경 내용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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