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일본 총리 중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적극적인 해외 정상회담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인기 하락을 외교로 만회해 보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아소 총리는 1월 12일 서울에서 한일 셔틀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달 18일 일본 총리로는 전후 처음 사할린을 방문해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났다. 24일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중국 방문을 준비 중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아소 총리는 3월 하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과 회담키로 하고 일정을 조정 중이다. 이를 위해 일본 외무장관이 28일부터 3월1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4월 2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금융서미트에 참석해 주요 20개국 정상과 얼굴을 맞댄다.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 외교로 예정된 것이었고 러시아, 미국, 중국 방문도 모두 상대국 초청이어서 최근 해외 방문을 아소 총리의 정치 노림수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0%를 전후한 지지율로 퇴진 여론에 직면한 아소 총리가 외교에서라도 점수를 따보자는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 카드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현재로는 역불급(力不及)으로 보인다. 10여 시간 걸려 도착한 워싱턴에서 아소 총리는 1시간 15분 정상회담뿐 공동기자회견도 오찬도 갖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의회연설로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전례가 없는 대접이다. 게다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아소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 초반 짧게 영어로 대화했으나, 미국 측 발언록에 일부 발언이 “알아들을 수 없다”고 표기돼 망신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영국 런던대학원 유학파인 아소 총리가 한자실력이 형편없는 대신 평소 영어 실력만큼은 자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헤프닝에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고 꼬집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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