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마운 학교입니다. 우리 대신고는 배움에 목말라 하던 만학도들의 한 풀이를 해줬고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해줬습니다."
24일 오전 11시께 광주 서구 매월동 대신고 교정. '성인고등학교'로 불리는 고교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이 학교 학생대표 박인자(53ㆍ여)씨가 졸업식 답사를 읽어내려 가자 누구랄 것도 없이 의자에 앉아 있던 졸업생 234명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고교 졸업장을 따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난때문에, 혹은 바쁘다는 이유로 놓쳤던 배움의 길을 다시 찾아 작은 매듭을 지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박씨는 "지난날 학벌이라는 족쇄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며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한 학벌 때문에 부모 형제에게 행여 누가 될까, 남편의 출세에 방해될까, 자식 앞길을 가로막을까, 고민하며 방황할 때 대신고는 등대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배우지 못한 한'에 대한 박씨의 회고가 이어지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졸업생들은 그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눈물 젖은 졸업장을 받아 든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48세. 하지만 이들의 배움의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졸업생 가운데 190명이 2ㆍ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최고령 졸업생인 임정자(71), 강정자(71)씨를 비롯한 졸업생 모두에게 우등상, 효행상, 봉사상, 개근상 등이 주어지자 "2년 동안 수고했다"는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떠나 보내는 사람들의 아쉬운 인사도 이어졌다.
대신고 김세빈 교장은 "지난 시절 가정 형편때문에, 형제에 진학을 양보한 가족 사랑때문에, 가치관의 혼란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배움의 기회를 놓쳤었다"며 "학교ㆍ가정ㆍ직장에서 1인3역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도 열심히 해준 졸업생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이웃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돼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재학생 김옥자(61ㆍ여) 씨는 송사(送辭)에서 "배움의 일념 하나로 힘든 길을 걸어 오늘 영광의 자리에 서신 선배님들이 이제 더 큰 세상을 향해 나가시기에 오늘의 헤어짐은 오히려 기쁨"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졸업식은 오전 11시30분에 끝났지만 오후 1시가 넘도록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지 못했다.
2007년 3월 문을 연 대신고는 2년제(1년 3학기) 학력인정 학교로, 대부분 학생들이 직장이나 생업에 종사하는 탓에 오전, 오후, 야간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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