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 서울역 롯데마트는 더 이상 한국이 아니었다. 카트에 앉은 동생과 엄마가 한 눈을 파는 사이 과자를 집다 혼난 아이는 일본어로 떼를 쓰며 울음보를 터트렸고 시식 코너에서 조리김을 맛보는 중년 여성들은 ‘오이시이’(일본어로 맛있다는 뜻)를 연발하며 카트에 김으로 산을 쌓았다. 매장을 찾은 손님중 90% 이상이 일본인인데다 각종 안내문이나 가격표에도 일본어가 빠짐없이 부착돼 있다.
백화점이든 할인점이든 재래시장이든 서울 명동과 남대문의 쇼핑가는 요즘 일본인 세상이다. 한국을 찾은 ‘와타나베부인(평범한 일본주부를 일컫는 말)’들은 엔고를 만끽하며, 저렴한 한국제품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들 주부 쇼핑객들은 오전에 마트 쇼핑을 마치고 오후엔 명동 화장품 가게와 백화점 구경을 하러 떠난다.
올 들어 지난 1월 한달간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일본인 쇼핑객은 지난해 1월에 비해 75%나 늘어났다. 매출신장률은 무려 233%. 일본으로 향하는 국제우편 쇼핑물량은 1,300%나 폭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엔고현상이 장기화하니까 대형할인점 등 생활밀착형 점포까지 쇼핑발길을 넓히고 있다”며 “일본인 쇼핑 범위가 생활품목 전체로 확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이현수(숙명여대 아동복지 3)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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