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가 25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를 부탁하기 위해 야당을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한 총리는 먼저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나 "경제위기로 추경을 곧 해야 할 것 같은데 협조 바란다"며 "민생 법안도 대승적으로 통과시켜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정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올해 경제 전망치가 틀려 수정예산안을 요구했는데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총리가 "IMF가 올 초에 한국 성장률을 5% 포인트 줄이는 등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말문을 막자 정 대표는 "회계년도가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 추경을 얘기하려면 정부 여당이 사과부터 하라"고 몰아세웠다. 정 대표는 또 "따질 것은 따지면서 협력을 해야지 무조건 어렵다고 해서 따지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 총리는 숨을 고르더니 "추경은 그나마 시간이 있지만 계류 법안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을 돌렸다. 그러자 정 대표는 "정부가 아니라 한나라당 소수 의원들에 의한 청부입법이 많다"며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존중해야 협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 목청을 높였다. 이에 한 총리는 "마실 것도 안 주나"라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면서 "국민을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야당까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로 한발 물러섰지만 정 대표는 "야당이 정부 여당의 2중대가 되면 절대 안 된다"며 시종 날을 세웠다.
이어 한 총리는 자유선진당을 찾았다가 또다시 쓴 소리를 들었다. 이회창 총재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권선택 원내대표는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한 포장이 잘못돼 있고 청부입법이 너무 많아 정부가 떳떳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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