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어제(한국시간) 취임 후 첫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국정연설을 겸한 이번 연설도 여느 연설처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합심과 단결을 호소하는 수사는 풍성했지만, 구체적 정책 제시는 드물었다. 농업보조금과 이라크 부흥 지원예산 삭감, 낡은 무기체계 폐기, 2%의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 폐지 등을 제안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 연구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것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런데도 미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에 양원 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뜨거웠다.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은 제너럴 모터스(GM)나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연설 직후 야당 대표 연설자로 나선 공화당의 바비 진달 루지애나 주지사도 오바마 행정부의 '큰 정부' 및 '증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경제회복을 위한 협조 노력을 천명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우리 국회의 대조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엄중한 경제상황을 풀어나가는 데 미국 못지않게 정치권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한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취임 1주년을 맞아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으로 중계되는 국회연설에 나설 만도 했지만 불발했다.
성사됐더라도 오바마처럼 최소한 '현장 감동'이라도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두 대통령의 카리스마, 연설 기법이나 수사, 박력이 다르기도 하지만, 의원과 국민의 자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경제' '회복' '위기' '도전' '확신' 등이었다. 듣기에 따라 공허할 수도 있고, 국민 저마다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과 다짐이 샘솟을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신뢰를 잃은 데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고, 그 점에서 참된 '소통'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론과 국회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정책을 펴볼 기회조차 없었던 일은 없었는지, 정권과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과 함께 국민 각자도 스스로를 돌아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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