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까지 팔아치울 것인지.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공세에 증시는 질식 직전이다. 24일까지 벌써 열하루(거래일 기준)째 순매도했다. 이 달초 9일간 이어진 순매수로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외국인들은 이제 '바이 코리아'(Bye Korea) 분위기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들어 23일까지 누적합계로 외국인들은 3,637억원의 매수 우위 상태였다. 하지만 24일 3,009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이제 600억원 정도만 더 팔면, 연중 누적으로도 매도우위가 된다. 최근 하루 평균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2,000억원 대인 점을 감안하면 매수우위→매도우위 전환의 D-데이는 25일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의 입장 변화는 제 앞가림하기 바쁜 탓이다. 무엇보다 환율이 직격탄이다. 원화로 국내 주식을 샀다가 처분할 때 달러로 바꿔야 하는 외국인에게 원화가치 급락이 달가울 리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캐면 캘수록 악재가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글로벌 경제의 '넝쿨형' 위기구조는 현금이 최고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동유럽 국가 파산 우려로 촉발된 2차 금융위기 가능성, 미국 은행의 국유화 논란과 GM의 처리문제 등이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은행의 국유화에 대해 미 정부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정책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작은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만큼 쉽게 쌈짓돈을 만들 수 있는 국가도 몇 없다. 상황이 반전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관심은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쏠려 있다. 문제 해결의 '속도'에 따라 전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끔찍한 매도행진도 이제 종착역에 도달했으며 다음주 후반엔 '사자'로 돌아설 것이란 시각.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행진은 위험회피에 대한 심리 탓"이라며 "다음주 초쯤 은행 국유화 관련 해법이 나오면 매도 심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말 환매를 대비한 헤지펀드의 매도공세가 일단락되는 다음달부터 (외국인의 매도강도가) 크게 약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둘째, 아직도 끝나려면 멀었으며 최소한 3월 한달 내내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GM 관련 미 정부의 발표가 3월말이고,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은행들의 국유화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25일 시작된다"며 "정책 속도를 낼 생각이었다면 벌써 나왔을 텐데 여전히 지지부진 한 걸 보면 3월 중 외국인은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도 '강도'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최근 상황(환율 급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유사했던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일 평균 4,000억원 대를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최근엔 절반 수준의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리먼 사태 이후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를 지켜내기만 한다면 최소한 지난해 10월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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