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5일 최대 쟁점법안인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 법안 22건을 문방위에 기습 상정하고, 야당이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 기습상정에 맞서 26일부터 총파업을 재개키로 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복지위, 외통위 법안심사소위 등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4대 보험 통합징수 관련 법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각각 강행 처리하는 등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전격 돌입했고, 민주당은 문방위에서 무기한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주요 상임위에서도 쟁점법안 처리를 강력 저지키로 했다.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위원장은 비쟁점법안를 논의하던 중 예고 없이 "여야 간 의제 협상에 진전이 없어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위원장석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고,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긴급의총을 열고 "한나라당이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법안들을 상정했다고 일방적으로 우기고 있다"며 기습상정에 대한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세균 대표는 "앞으로 국회 파행운영의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옹색하고 석연치 않은 상정에 대해 고 위원장은 사과하라"고 촉구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당이 법안 상정을 봉쇄해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했다"며 상정 강행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이 논의에 응한다면 합의처리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정보위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한미 FTA 비준안은 26일 전체회의에서 표결 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속도전에 나선 데는 2월 임시국회에서도 쟁점법안 처리에 진전이 없을 경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번에 밀리면 안된다"며 분위기를 다잡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현재처럼 대화와 타협이 없으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26일 중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저녁 열린 긴급 의총에서 불참 방침을 결정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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