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이후 35년 넘게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은 1만원권이었다. 금액이 5배 큰 5만원권이 유통되면 국민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수표 사용 불편 줄어들 듯
73년 이후 국내 물가는 12배, 국민소득은 150배 이상 오르면서 국민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5만원권이 나오면 지갑에 1만원권을 수십장씩 넣고 다니거나 10만원 자기앞수표를 낼 때마다 이서해야 하는 불편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현재 시중에 26조∼27조원 가량 풀려 있는 1만원권의 40% 정도는 5만원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65조~70조원 어치가 교환되는 10만원 수표 역시 상당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화폐와 달리 수표 발행, 지급, 정보교환, 전산처리 및 보관 등에 드는 연간 2,800억원 가량의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5만원권 유통에 맞춰 현금입출금기(CDㆍATM) 교체 및 업그레이드 작업을 준비중이다.
일각에서는 5만원권 발행이 물가를 자극하거나 얼어붙은 내수를 진작시키는 작용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극심한 불경기의 영향으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73년 1만원권 발행 직후나 2002년 유로화 고액권 발행 이후를 분석한 결과, 5만원권이 불러오는 인플레이션은 무시할 정도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워낙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물가상승이나 소비진작, 지하경제 조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부작용 측면에서는 어쩌면 지금이 고액권 발행의 적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첨단 위조방지기술 가득
5만원권 지폐에는 모두 16가지 위조방지장치가 사용됐다. 가장 손쉬운 위폐 구별법은 앞면의 신사임당 초상이나 뒷면의 월매도, 문자 및 숫자 등을 손으로 만져보는 것.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앞면 좌우 양끝에는 5만원을 뜻하는 볼록한 다섯 줄 무늬도 넣었다.
앞면 중앙 왼쪽 편에 부착된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은 청회색의 특수필름 띠로 제작된 첨단 기법으로, 향후 발행될 미국 100달러 신권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은은 전했다. 지폐를 상하로 흔들면 은선에 새겨진 태극무늬가 좌우로 움직이고, 반대로 좌우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 끝부분에 새겨진 '띠형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면서 태극과 한반도 지도, 4괘 등 3가지 무늬가 차례로 나타난다. 지폐의 양 모서리에 있는 지폐번호인 기번호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문자 및 숫자의 크기가 커진다.
뒷면의 '50000' 액면숫자에는 색변환잉크를 사용해 각도에 따라 자홍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고, 앞면의 흰 부분을 빛에 비추면 신사임당 초상이 나타나도록 숨은 그림을 넣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 밖에도 공개할 수 없는 위조방지장치가 많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