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비공개 토론회에 이어 합숙까지.'
통신업계 사상 최대규모가 될 KT-KTF의 합병 심사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長考)ㆍ숙고(熟考)에 들어갔다. 유ㆍ무선통신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 통신공룡의 탄생여부를 가름할 문제인 만큼, 당국의 부담도 큰 것이다.
방통위 KT 합병심사 자문위원회는 24일부터 서울 인근에서 3박4일간의 합숙심사에 돌입했다. 회계, 기술, 법률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27일까지 정밀점검과 토론 등을 통해 KT 합병이 통신업계에 미칠 영향력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KT, SK텔레콤, LG텔레콤, 케이블TV 관계자들도 불러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이처럼 합숙까지 들어간 이유는 이번 합병심사 결과에 따라 통신업계에 엄청난 파장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의 반발이 가장 큰 부담이다. 경쟁업체들은 "유선통신의 절대 강자인 KT가 이동통신업체까지 합병하면 영향력이 더욱 커져 공정경쟁의 기본틀이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합병이 되더라도 KT의 독과점적 장악력을 줄일 수 있도록 관로, 전주 등 KT가 경쟁우위에 있는 통신 필수설비를 떼어내 별도 법인에서 관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KT는 유ㆍ무선통신 서비스 결합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합병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과점여부를 검토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결정에 앞서 이례적으로 업계 관계자를 모두 불러 모아 2차례 비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공정위는 23일로 예정됐던 의견서전달도 늦춘 상태다.
방통위나 공정위가 이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모두 결정에 따른 잡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과거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의 합병을 덜커덕 승인해줬다가 지금까지도 "정부가 SK텔레콤의 황금주파수의 독점 및 시장지배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당국으로선, 이번 만큼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이목이 방통위에 집중된 만큼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다"며 "그만큼 결론 내리기 힘들어 숙고를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의견서가 전달되고 방통위 합숙 토론이 끝나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KT 합병 심사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조건부 승인'쪽 분위기가 우세한데, 어떤 조건이 붙을지가 관건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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