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른가 싶더니 어느새 불어오는 바람에 봄내음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동장군의 심술에 상륙하려던 봄이 주춤거리기도 잠시, 새벽서리가 내린 대지위에 새싹들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의 대지는 벌써 봄이다. 저마다 화려한 색으로 갈아입은 꽃들이 제주 전역을 물들이고 있다.
조금 이른가 싶은 2월에 자태를 드러내는 매화는 한라산의 설봉을 바라보며 하얀 꽃을 지천으로 피웠다. 온통 하얗게 변한 휴애리 매화 위로 벌들은 부지런히 날아 다니며 꿀을 모은다. 하얀 세상을 지나 산방산으로 향하면 노란 세상이 펼쳐진다.
쪽빛바다와 맞닿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작은 마을에는 노란 배추꽃이 피어 여행객들의 춘심을 자극한다. 봄바람에 살랑대는 배추꽃을 지나 차귀도에 닿으면 바위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는 수많은 갈매기를 만날 수 있다. 아직은 차가운 바다지만 쏟아지는 봄기운으로 지난 겨울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제주의 토종 매화는 이제야 빨간 봉우리를 활짝 열고 봄맞이를 하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 일대 야생 노루는 파릇한 봄 새싹이 맛있는지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할 줄을 모른다. 아직은 눈이 쌓인 한라산 중턱에서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복수초가 움츠렸던 꽃망울을 활짝 열고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화선지에 먹물이 스미듯 제주의 대지를 물들이는 색의 향연은 소리없이 봄이 왔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이제 향춘객들을 설레게 할 봄이 제주 해협을 건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제주 = 조영호 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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