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어렵다. 25일 기획재정부는 세계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작년 4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1.5%인데, 우리나라만 _5.6%로 꼴찌라고 밝혔다.
나흘 전에는 한국은행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올들어 달러 대비 화폐가치가 가장 떨어진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발표했다. 연초보다 16% 떨어졌으니 세계무대만 나가면 땀흘려 번 돈의 6분의1이 날아간다.
왜 우리나라가 가장 힘든가. 정부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나라 경영을 제일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구성되었나. 아니다. 이전 정부에 비해 명문대 출신이 가장 많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각료 15명 가운데 11명, 수석비서관 12명 가운데 10명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입만 열면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평가하는 평준화 출신들인가.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 평준화 시행년차인 1977년 이전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에 따르면 일류인 이들이 세계 주요국 정부 가운데는 행정력 꼴찌이다. 수치가 말한다.
명문대 각료들의 세계 꼴찌 행정력
국내 최고가 세계 무대에서는 힘을 못쓰는 이 상황은 교육과 직결되어 있다. 최근 일제고사를 통해 그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정부나 관변 전문가들은 엉뚱하게 평준화 탓을 한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라는 착각이다. 학교는 분명 지식을 익히는 곳이지만 동시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도덕심을 닦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학원식의 공부경쟁을 장려한다. 일제고사를 통해 미달학생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을 채찍질하려니까 학교가 거짓을 일삼게 되는데도 채점만 잘하면 될 거라고 착각한다.
이 정책은 모든 교사를 의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촌지교사, 폭행교사 등 어른으로 낙제점인 교사들은 확실히 솎아내고 전체 교사들은 신뢰하면서 정책을 세운다면 학력미달 학생을 찾는 일은 그냥 이뤄진다. 무한경쟁교육은 도덕심이 없는 이들을 키워내 사회 전체를 재앙에 빠뜨린다.
두번째, 사교육에만 기대지 않으면 좋은 교육이라고 착각한다. 임실의 부정 평가가 드러나기 전에 교육부는 '임실의 기적'을 가져온 것은 방과후 교육이라고 나발을 불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임실의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오후 6시까지 공부시켰다. 대통령은 덕성여중의 사례를 모범적인 교육으로 칭찬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을 밤 10시까지 교사들이 공부를 시켰다.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숙제조차 청소년들의 건전한 심신발달을 막는다고 걱정하는 판국에 어린이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인가. 과도한 학습은 청소년의 정신을 갉아먹어 사회 전체가 큰 비용을 치른다. 공교육 시간 내에서 잘 가르치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고 못하는 맹꽁이 엘리트 막아야
세번째,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공부라고 착각한다. 공부는 혼자서 판단하고 살아갈 능력과 스스로를 성찰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사교육이 나쁜 것은 지식 주입을 공부의 전부로 여겨서 스스로 탐구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빼앗기 때문이지 부자들이 더 유리해서만은 아니다. 이 정부 들어 늘어나는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는 스스로 사고하는 학생한테 관심이 없다.
공교육에서 배우지 않는 문제로 선발시험을 치르니 과외는 필수이다. 과외 덕에 특목고에 들어간 학생들은 혼자서 공부를 못하니까 더 과외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이런 학생이 우수하다고 고려대학교는 올해 수시에서 가산점을 주었다. 그런 것을 또 대학교육협의회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우격다짐으로 쟁여넣은 지식이 명문대를 들어가는 기준이 되니까 명문대를 나와봤자 세계인들과의 경쟁에서는 하위이다. 그러니 우물안 엘리트를 장려하는 정책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제발 참아주기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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