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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 김현기 2관왕…날개없이 날았다 … 스키점프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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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 김현기 2관왕…날개없이 날았다 … 스키점프 기적

입력
2009.0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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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금메달이다!" 스키점프대에 오른 마지막 주자 김현기(26)는 금메달을 확신했다. 621점(한국) 대 588.5점(오스트리아). 1차 시기에서 95.5m를 난 김현기가 마지막 2차 시기에서 80m만 날더라도 금메달이 확정된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뀔 때 승리의 여신이 심술을 부렸다.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로 돌변했다. "바람 때문에 위험하겠는데…. 빨강으로 바뀌겠지." 그러나 웬걸, 신호등은 파란색으로 변했고 10초 내에 출발하지 않으면 실격이다. "큰일났다. 금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두려움 속에서 출발한 김현기는 "조금이라도 더 날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김흥수 감독도 거센 바람에도 출발 지시를 내린 심판을 원망할 뿐. 강풍 속에서 하늘을 난 김현기가 착지하자 밑에서 기다리던 최흥철(28)과 최용직(27)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비행거리는 85.5m. "금메달이다. 대한민국 만세!"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25일 중국 하얼빈 야부리 스키장에서 열린 제24회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 K-90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한국은 총점 726.5점을 기록해 오스트리아(713.5점)와 독일(677.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K-90 개인전에서 우승한 김현기는 2관왕이 됐고, 스키점프 대표팀은 역대 최고 성적(금2, 은1, 동1)을 거뒀다.

'스키점프의 기적'을 만든 김현기는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보다 신문을 통해 열악한 현실을 알려서 기쁘다"면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훈련비가 없어 인형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동안 훈련비를 마련하고자 막노동을 해왔다.

김흥수 감독과 스키점프 국가대표 3인방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러나 금메달의 기쁨은 잠깐일 뿐 한국에 돌아가면 훈련 시설과 비용이 없어 놀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유럽과 일본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할 때 우린 훈련비를 마련하느라 막노동을 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고 했다.

국가대표 4명 가운데 최용직과 강칠구(25)는 현재 실업자 신세다. 이들은 올해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은퇴할 생각이다. 최악의 경우 밴쿠버올림픽 K-90 단체전 출전이 무산될 위기인 셈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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