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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발사 준비' 공표/ 연평도, 풍어 기대 물거품·관광객 발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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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발사 준비' 공표/ 연평도, 풍어 기대 물거품·관광객 발길 뚝…

입력
2009.02.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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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는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선언하고, 위장막을 제거해 해안포 진지를 드러내면서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은 말했다. 꽃게잡이 철을 앞둔 어민들은 남북의 군사적 충돌로 조업에 큰 지장이 초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4월 1일 시작되는 꽃게잡이 철을 한 달 남짓 앞둔 이날 연평도 포구에서 조업 준비를 하는 어선은 3~4척에 불과했다. 예년 같으면 밧줄을 손보는 등 일손이 한창 바쁠 때지만 이 섬의 꽃게잡이 어선 24척 가운데 대부분이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우려로 꽃게잡이에 선뜻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는 탓이다.

선장 아들을 둔 김금자(63ㆍ여)씨는 "그물과 기름을 사고 선원을 모집하는데 최소한 1억원은 있어야 한다"면서 "상인들이 돈을 투자하고 꽃게로 받아가는 게 보통인데 분위기가 어수선해 선뜻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NLL 무효화를 발표하기 전까지 어민들의 기대는 컸다. 지난해 연평도에서 잡은 꽃게의 양은 2,266톤, 140억원 어치에 달했다. 2007년 749톤보다 3배나 늘어났다. 덕분에 꽃게잡이 배의 주인들은 5~6억원씩 짭짤한 소득을 올렸다. 선주 안광훈(50)씨는 "지난해의 경우 인건비, 배 유지비, 수리비 등을 다 제하고도 한 해 먹고 살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조업구역을 정하는 시기에 맞춰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안씨는 "1월 중순부터 꽃게잡이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NLL 무효를 선언하면서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면 어민들은 무엇을 먹고 살라는 소리냐"고 탄식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우려로 조업 공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군부대에서는 안개가 조금만 껴도 우리 배들이 NLL에 접근하는지 감시할 수 없어 출항을 못하게 할 게 뻔하다"라고 말했다.

남북간 NLL 마찰은 곧바로 어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NLL 인근 해역이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기 때문. 20년 이상 꽃게잡이를 해왔다는 한 어민은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비무장지대에 온갖 동물들이 많은 것처럼 50년 이상 유지돼온 NLL 인근 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중국어선들이 위험을 무릅쓴 채 남과 북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NLL 인근 해역에 진출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북의 도발 우려로 우리 군의 경계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해군은 지난 주말부터 연평도 인근 해역을 담당하는 고속경비정을 2척에서 4척으로 늘렸다. 한 해병대 간부는 "북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말부터 부사관 이상 간부들을 2~3개조로 편성, 24시간 전투복 차림으로 즉각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절반의 주민들은 최근 남북간 긴장 분위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일부 언론이 불안감을 가중시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36년간 연평도에 거주해온 최동희(60)씨는 "NLL 인근 해역을 노리던 중국어선까지 자취를 감출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당장 전쟁이 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의 한숨이 커지는 책임을 북한과 언론이 절반씩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은 취재 중인 방송사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당장 떠나지 않으면 끌어내겠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상점주인 박모(73ㆍ여)씨는 "3월이면 꽃게잡이 배에서 일할 사람들로 여관과 식당이 붐벼야 하는데 (남북 충돌 우려) 방송 보도 때문인지 일꾼들이 들어오길 꺼린다고 들었다"면서 "5~6월 낚시철과 휴가철에도 사람들 발길이 뜸하면 어떻게 먹고 사나"라고 말했다.

주민 이모(61ㆍ여)씨는 "몇 년 전 연평해전으로 가뜩이나 연평도는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자꾸 전쟁이 날 것처럼 소문이 나면 누가 놀러 오겠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로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인천연안터미널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연평도에 들어간 사람은 이 달 들어 23일까지 1,756명, 차량은 5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2,253명, 78대)보다 사람은 22%, 차량은 36% 줄어들었다. 여객선 선장 김모(42)씨는 "지난 주말에도 친구들이 낚시 하러 오기로 했다가 불안하다는 소문에 일정을 취소했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연평도=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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