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환자에게 수은 등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한약을 제조, 판매해 수은 중독에 이르게 한 약사에게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다섯 살 김모양은 2004년 4월 태어난 직후부터 간질 발작 증세를 보이며 오타하라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다. 김양은 발작이 끊이지 않아 여러 차례 입원했지만 병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김양의 어머니는 2004년 8월 동네 약국을 찾아 약사 K씨에게 병세를 문의했고, K씨는 간질 등 신경계통 질환에 처방되는 안궁우황환(安宮牛黃丸)이라는 한약을 권했다.
이 약의 주성분인 주사(朱砂)에는 황화수은이 다량 포함돼 있어 너무 많은 양을 처방하거나 오랫동안 먹는 것은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K씨는 4개월 동안이나 안궁우황환 77알을 김양에게 복용하게 했다.
김양은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김양이 복용하던 약에서는 수은이 최고 1만8,000ppm, 비소가 최고 3만ppm이 검출됐다. 김양은 급성 수은중독에 걸려 지금도 전신마비 증세와 심한 호흡장애를 겪고 있다.
결국 K씨는 2007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김양의 어머니는 K씨를 상대로 20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 이병로)는 23일 “K씨는 치료비와 위자료 등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 중금속이 과다하게 포함된 약을 팔아 중금속 중독을 일으키게 하는 등 K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양의 상태에 오타하라 증후군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 치료비 산정에서 K씨의 책임 비율을 25%로 제한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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