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활동 중인 추상화가 이상남(56ㆍ사진)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스로 "공공미술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만큼 큰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씨는 LIG손해보험이 경남 사천시 대진리 일대 4만여평에 건립하는 연수원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40m 길이 유리 통로 전체를 꾸미는 작업을 맡았다. 하늘에 떠 있는 미술관을 만드는 셈이다. 가로 2m, 세로 2.5m의 작품 20개를 연결해 설치하는데, 유리 통로에는 자외선 차단유리를 쓰고 별도의 에어컨 시설도 갖추기로 했다.
기업 건물에 미술품을 설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건축 이전 단계부터 예술가가 참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 10월 완성될 예정인 이 프로젝트의 회의 참석차 방한한 이씨는 23일 기자와 만나 "지금껏 국내 공공미술 중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예산에 있어서도 최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땅을 파기 전부터 예술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가능하죠. 단순한 걸개그림이 아니라 건축물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새로운 매뉴얼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씨가 설치할 작품의 제목은 '풍경의 알고리듬'. 옻이나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갈아내기를 수십번 반복해 바탕 화면을 만든 뒤 기하학적인 선과 원의 이미지들을 그려 넣는 작업이다. 지난해 그가 11년 만에 국내에서 연 개인전 역시 같은 주제였다. 이 전시는 미국의 3대 예술지인 '아트 인 아메리카' '아트 포럼' '플래시 아트'가 일제히 호평 기사를 실을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30년 가까운 뉴욕 활동을 통해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구축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나, 뉴욕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회화의 유효성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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