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전지훈련 중인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에 특명이 내려졌다. 이른바 '김광현 보호령'. 대표팀 전훈지를 찾은 일본대표팀 전력분석원에게 '에이스' 김광현(21ㆍSK)의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특명이다.
김광현은 '일본킬러' 구대성(40ㆍ한화)의 뒤를 잇는 일본전 필승카드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일본전에 두 차례 선발등판 해 13과3분의1이닝 동안 9피안타 3실점으로 호투하며 12개의 삼진까지 잡아냈다.
김광현은 한국이 3월6일 대만과의 WBC 아시아 1차 예선 첫 경기를 이길 경우 7일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 하라 다쓰노리 일본 WBC 대표팀 감독은 니시야마 가즈타카(38) 요미우리 기록원을 하와이에 특별 파견해 김광현의 전력 파악에 힘쓰고 있다. 하라 감독의 '특사' 역할을 하고 있는 니시야마씨는 대표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국내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며 대표선수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23일(한국시간)에는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하와이에 도착,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파크에 하루종일 머물며 대표팀의 훈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했다.
그러자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날 오아후 리저널파크에서 벌어진 한화와 가진 평가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광현을 1이닝만 던지게 하고 강판시키는 맞불작전을 폈다.
원래는 3이닝 동안 지켜보며 김광현의 구위를 점검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전력분석원의 등장에 계획을 급히 변경했다. 그뿐 아니다. 김광현은 1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면서 감독의 '엄명'에 따라 직구와 슬라이더만 구사하며 구종 노출을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 외에도 이번 대표팀의 주무기인 '빠른 발'을 거의 가동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부상을 우려해 도루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지만, 최대 라이벌에게 '필살기'를 노출하고 싶지는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김광현을 지켜본 니시야마씨는 "김광현은 일본에서 뛰어도 당장 두 자릿수 승리가 가능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니시야마씨는 "(김광현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려면 한참 있어야 하는 만큼 당장 영입할 대상은 아니다"라며 "(FA가 돼도) 일본리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거쳐가는 리그쯤으로 생각하지 않겠냐"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편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이날 오전 최종엔트리 28명을 발표한 가운데 당초 합류가 유력했던 박진만(삼성)을 제외했다. 또 45명 예비 엔트리 안에서는 김병현(전 피츠버그) 대신 나주환(SK)을 발탁했다.
호놀룰루(하와이)=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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