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선언문의 핵심 쟁점은 역시 임금 부분이었다. 최대 관건은 '임금 삭감' 문구의 합의문 포함 여부. 그 동안 노동계는 '임금 동결 또는 반납'을 제시한 데 반해 재계는 '임금 삭감'을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납'은 임금수준은 유지하면서 근로자가 자발적ㆍ한시적으로 임금 일부를 회사에 되돌려주는 것인 반면, '삭감'은 말 그대로 임금을 일정 수준 깎는 것이다. 22일 저녁 대표자 긴급 회동에서도 용어 선택을 놓고 양측의 견해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노총으로선 임금 삭감은 노동자의 기본급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임금을 줄이면 삭감한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퇴직금의 감소도 부담 요인이었다. 한노총은 23일 오전 비상대책회의 대표자 회의 직전까지 산별대표자 회의를 열어 격론을 벌였다.
결국 노조측이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삭감 전 수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절충안을 받아들였지만, 합의문에는 '삭감' 대신 '절감'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표현이 등장했다.
이 때문인지 합의문 발표 자리에서도 노사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장석춘 한노총 위원장은 "합의문에는 분명 '경영 여건에 따라'라는 전제 조건이 들어있어 모든 단위 노조에서 임금 동결ㆍ반납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임금 절감은 일자리 나누기를 할 때 고통 분담 차원에서 쓰는 일시적인 표현"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이수영 경총 회장은 "고용을 유지하고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서로 양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해 임금 삭감 쪽에 무게를 뒀다. 향후 단위 사업장에서 용어의 해석을 두고 의견 충돌이 빚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사가 확실한 합의를 이룬 부분은 피차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통상 노동계의 춘투(春鬪)를 앞두고 산하 기관에 제시하는 임금 인상 지침을 올해는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 다만, 장 위원장은 "정상적인 임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 사업장에는 연맹 차원에서 근거 자료를 내려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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