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산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증거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주요 국가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급락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된다.
앞으로의 전망도 온통 잿빛 일색이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권위 있는 국제기관이 투자은행 흉내를 내며 서너 장 분량밖에 되지 않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재미 들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세계 경제가 추락을 멈추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큰 불확실성들이 사라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약 7,8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이 미국 상ㆍ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이 끝나 본격적으로 집행이 되는 일만 남은 것은 큰 불확실성 한 가지가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조심스럽지만 1월의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소폭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희망을 가지게 한다. 미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에 전월대비 3% 감소에서 올해 1월에는 7개월 만에 1%의 증가세로 반전되었다. 특히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12월에 전월대비 0.2%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0.4% 상승하며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에는 27일을 전후로 하여 미 상무부에서 발표하는 1월 신축주택판매 통계에 주목해야 한다. 작년 12월 14.7%의 감소율을 기록했던 주택 경기 급락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 주택 경기의 추락이 끝날 때가 세계 경제가 반전의 발판을 찾는 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지표로는 28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작년 4분기 가계수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계 소득이 얼마나 줄었는지, 소비 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판단하고, 향후 내수 경기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은행에서 주 후반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1월 국제수지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상수지는 물론 자본수지의 세부 흐름을 통해 외화 수급 상황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최근 원화가 급속한 약세를 보이는 요인이 전적으로 수급상의 문제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가 당장 회복세로 전환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 위기를 유발한 모든 문제가 밝혀졌고 이제는 글로벌 경제가 이를 치유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면, 골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야 한다.
주원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