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66)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의 취임이 여러모로 화제다.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실장급 공무원으로 왔다는 점도 그렇고, CEO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됐다는 점도 그렇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배 관장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동석했다. 유 장관은 "소개를 드리려고 일부러 왔다. 일부 걱정하시는 분도 있지만 미술관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배 관장은 기자회견에서 비전문가가 국내 미술계 수장 자리를 맡은 것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술계의 당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밖에서 구하면 오히려 새로운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대우전자 사장ㆍ회장과 정통부장관 시절 자신이 거둔 성과들을 나열하며 "미술계에도 이런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노력하면 기적은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불편한 교통 문제에 대해 "예술의전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전용도로를 만들면 어떨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 관장이 회견 도중 미술과는 별 관계없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이야기를 길게 하자 유 장관은 "경제만큼 문화가 못쫓아가서 안타깝다는 말씀"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배 관장 임명을 전후해 알려졌듯 임명권자인 유 장관과 그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배 관장이 대우전자 사장이던 1993년 두 사람은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광고에 함께 출연했다. 이 광고로 배 관장은 유명세를 탔고, 이후 정통부장관에도 올랐다.
배 관장은 유 장관과의 친분에 대해 "광고를 찍으며 알게 된 이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났다. 같은 가톨릭 교인이기도 하고, 서로 존경하는 사이"라고 밝힌 뒤 "이번 인사에 대한 교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 교수들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이 더딘 것 같으니 해보시라는 권유를 받고 응모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장관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코드 인사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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