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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금메달 딴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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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금메달 딴 김현기

입력
2009.02.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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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가 난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 "남들 훈련할 때 전지훈련비가 없어서 놀아야 할 때…." "훈련비 마련하느라 막노동했지만 돈이 부족할 때…." "여자친구가 '돈도 못 버는데 왜 스키점프를 하냐'고 물을 때…."

21일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K-90 개인전에 출전해 1ㆍ2차 시기 합계 261.0점으로 '기적 같은 금메달'을 따낸 스키점프 태극전사 김현기(26). 그에게 스키점프 선수로서의 어려움을 묻자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얘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쿨러닝의 한국판'인 봅슬레이 선수를 보면 "오히려 부럽다"고 말했다. "훈련비가 없어 훈련을 못하거나 찢어진 유니폼 때문에 창피하진 않을 것 같아서"이다.

강원도 횡계가 고향인 김현기는 초등학교 2학년때 '스키점프 꿈나무'가 됐다. 당시 맏형 노릇을 하던 김흥수(29)는 국가대표 감독이 됐고 김현기를 비롯해 최홍철(28), 최용직(27), 강칠구(25)는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2003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합작해 기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김현기는 이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에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가 해오던 후원이 지난해 끊기면서 다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최홍철과 함께 하이원에 입단한 김현기는 이번에 회사가 지급한 유니폼을 입었지만 실업팀을 찾지 못한 최용직은 낡은 유니폼을 바꿀 수 없었다. 김흥수 감독은 "유니폼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1점 차이로 4위에 그친 최용직은 유니폼 때문에 메달을 놓친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2003유니버시아드 2관왕 강칠구는 가장 먼저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직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세계 정상'이라는 이름만으로 살 수 없는 노릇. 강칠구와 최홍철은 올해까지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하면 은퇴할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들이 은퇴하면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단체전 출전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어서 속을 태우고 있다. 김현기는 "저의 금메달을 계기로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지원을 호소한 뒤"찢어진 유니폼을 들켜 나라 망신을 시킬까 봐 경기장 한켠에서 가슴 졸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한스키협회에 등록된 스키점프 선수는 총 7명이지만 꿈나무를 제외하면 국가대표 4명이 전부다. 무주리조트에 스키점프대가 있지만 눈이 안 오면 인공 눈을 뿌릴 돈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가 될 정도로 훈련환경은 열악하다. 그래서 인조 잔디에서 훈련할 수 있는 여름을 기다려야 하고 아침 이슬이 증발하기 전 훈련하기 위해 새벽 4시에 훈련을 시작한 지 벌써 18년째다.

김현기 등은 23일엔 K-125 개인전에 출전한다. 원래는 K-120이 정식 종목이지만 하얼빈 경기장 규격 때문에 K-125가 됐다. 김현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3관왕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스키점프란?

스키점프는 스키를 타고 인공 구조물에서 활강해 도약대로부터 90~120m를 날아 착지하는 경기다.

K-90ㆍK-120 개인전, 단체전 등 3종목이 있다. K는 독일어로 임계점(Kritischer punkt)을 뜻하며 K-90은 비행 거리 등이 90m여야 한다는 뜻이다. K 지점까지 날면 60점을 주며 날아간 거리에 따라 점수를 가감한 뒤 착지자세 점수를 합쳐 순위를 결정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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