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취임 5개월만에 역대 총리 중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국민들은 아소 총리에게 취임 1년만에 총리 자리를 내던지듯 물러난 아베(安倍), 후쿠다(福田)와 다른 '카리스마'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민당을 혁파를 앞세워 국민적인 지지를 얻었던 고이즈미(小泉) 정치를 비판하는 '반개혁 세력'이자 한자조차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무능력'의 상징으로 비쳐지고 있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소 총리 지지율은 각각 11%와 13%에 그쳤다. 지난해 9월24일 내각 발족 당시 45%에 이르렀던 지지율은 닛케이 조사로는 1993년 미야자키(宮澤) 정권(6%)과 1989년 다케시타(竹下) 정권(13%)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자민당을 압도하고 차기 총리감으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를 꼽는 사람이 다수다. 당장 아소 내각 총사퇴와 중의원 조기 총선을 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마저도 '아소 총리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의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소 총리가 지지율 하락 때문에 지금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총리 교체는 조기 총선 또는 9월10일 임기 만료 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 마땅한 총리 후보가 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총리 선거나 마찬가지인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담당 장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성 장관,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자민당 정조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하나같이 오자와 민주당 대표에 지지율이 한참 못 미친다. 아소 총리 체제의 선거도 불안하지만 총리 교체는 더 안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조기 총선 역시 '올해 예산안 통과 후 해야 한다(38%ㆍ닛케이 조사)', '되도록 빨리 해야 한다(32%)'는 여론이 높다. 민주당도 다음 달까지 예산안 통과에 협조는 대신 이후 조기 총선 실시 쪽으로 자민당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을 한참 앞서 있는데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바라는 사람이 51%(마이니치 조사)로 자민당(22%)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대패가 확실한 자민당이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 이유가 없다.
아소 퇴진이나 조기 총선 가능성은 낮지만 이 흐름대로 9월 중의원 선거까지 간다면 민주당이 자민당 장기 집권에 못을 박고 정권 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1955년 창당 이후 93년 8월부터 2년 반 동안 호소카와(細川), 무라야마(村山) 연립 내각에 정권 내준 것을 제외하면 50년 동안 일본을 이끌어온 자민당 체제가 일단 막을 내리는 것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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