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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오리온 디자인&패키지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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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오리온 디자인&패키지 센터

입력
2009.02.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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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과자를 사랑하는 이땅의 그대들

나 과자 봉지(케이스)야. 나 참다, 참다 열 받아서 반말할래. 왜 우리를 갈기갈기 찢고 함부로 뜯는 거야. 심지어 이로 씹어대고 침 바르는 이들도 있어, 맙소사.

분명히 절취선, 오픈, 뜯는 곳이란 표시가 돼있는데, 한글도 못 읽는 거야. 옷 벗는 것도 엄연한 순서가 있는 법, 단추를 차례차례 풀고 지퍼를 슬며시 내린 다음에 벗지, 옷을 찢어 벗는 사람은 없지 않아. 그런데 왜 나는 박대하는 거지, 과자만 맛나게 먹으면 다야!

내 입장을 생각해봐. 나 그렇게 쉬운 놈 아니야. 당신들 벗기기 편하게 몸에 미세한 칼질도 내지, 홈도 파지, 정연하게 박음질까지 한다고. 그 배려의 고통을 알아? 무엇보다 당신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애써 보호하고 있어. 사고(먹고)싶은 충동을 솟구치게 하는 그림과 사진, 필체는 어떻고….

한마디로 난 예술과 과학의 덩어리란 말이야. 게다가 과자가격의 1할(10%)이 실은 내 몫이야. 1,000원짜리 과자를 사고 날 마구 대하면 100원을 그냥 버리는 셈이야. 그런데도 홀대할거야?

아직도 비웃는 사람들이 있어. 부모님께 이를 거야. 그분들 삶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차근차근 들어봐, 편하게 과자(단 난 조심스럽게 벗겨줘)나 먹으면서.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원하는 대로 과자 케이스의 부모를 만났다. ㈜오리온 디자인&패키지센터의 강동청 센터장(총괄), 조소희 디자인팀 차장(디자이너)과 천동영 PI팀장, 김종환 PI팀 차장(이상 포장기술사)이다. PI는 패키지 이노베이션(포장의 혁신)의 약자. 폼 나게 알파벳을 사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궁금증은 잠시 뒤 풀린다.

무엇보다 이들은 “과자 봉지는 디자인과 포장기술의 하모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팀도 디자인과 PI로 나뉜다. 피 말리는 창조의 고통도 토로한다. 솔직히 과자만 맛있고 건강하면 됐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리도 케이스에 집착하는 걸까.

3초의 승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자제품처럼 비싼 상품은 목적구매를 하지만 과자는 현장구매, 충동구매가 많은 탓에 최대한 시선을 끌어야 잘 팔리기 때문”(강 센터장)이다. 과자를 고를 때 걸리는 시간은 단 3초(최근엔 성분설명까지 꼼꼼히 읽는 터라 좀더 길어졌다고 함). 자투리 시각에 봉지 디자이너는 과자의 모든 정보를 낱낱이 전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조 차장은 “브랜드 인식부터 제품의 성격, 과자의 시각적인 멋, 고객의 맘을 끌어당기는 감성표현 등이 한정된 공간(과자 케이스)에 어우러지려면 편집능력과 로고 및 필체에 대한 안목, 소비자의 눈높이를 낚아채는 통찰력은 필수”라고 했다. “(과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종합예술”(강)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정성은 사뭇 비장하다. 책상머리나 지킨다고 여기면 오산. 최고급 자동차 페라리의 붉은 색을 과자 케이스에 똑같이 담고싶은 욕심에 페라리 매장 관리인을 꼬드겨 페라리 앞 덮개 위에다 비교 테스트를 하는가 하면(강) 고래모양 과자와 캐릭터를 만들려고 온 동네 고래를 찾아 다닌 통에 고래가 단골로 꿈에 등장할 정도(조)다.

초콜릿 종류 촬영은 그야말로 쥐약이다. 조명을 받으면 녹기 때문이란다. 1시간가량 지나면 표면이 내려앉는 초코파이는 아예 공장에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갓나온 따끈따끈한 제품을 1박2일 철야로 찍어 상자에 인쇄했다. 참고로 맛은 2시간이상 숙성돼야 좋단다.

과자의 형태도 디자이너의 몫. 한입에 쏙 넣게 할지, 베어 물게 할지, 포만감이 중요한지, 미끄러운지, 몇 세 아이들이 먹을지 등 수많은 조합을 감안한다. 웰빙 등의 컨셉트까지 녹여야 한다. “소비자보다 뒤쳐져도, 그렇다고 앞서가도 안 되기 때문”(강)이다.

과자 포장은 장인의 숨결이다

풍기는 이미지가 그나마 우아한 디자인은 그렇다 치자. 포장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있다. “아들 녀석이 반장선거에 나갔는데, 선생님이 그랬대요. ‘아버지가 ‘포장’ 일 하시느라 어렵게 사는데… 왜 나왔니.’”(천 팀장)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교사도 어이없지만 ‘포장=택배=배달=단순노동=저소득’쯤으로 슬쩍 넘겨짚는 우리네 선입견도 문제다.

사실 과자 포장을 담당하는 ‘포장기술사’는 국가가 공인하는 장인(匠人)이다. 관련업계 경력이 10년 이상 되고, ‘포장관리사→포장기사’의 단계를 넘어야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포장기술사는 국내에 고작 100명 남짓이다. 우습게 볼 직업이 절대 아니라는 얘기.

그러나 어찌하리. 국내 대학에 포장관련 학과가 생긴지는 고작 10년 안짝이다. 패키지 혹은 PI 같은 외래어나 생소한 조어가 탄생한 것도 ‘포장’이란 우리말에 깊이 스민 편견의 때를 벗기지 못한 탓이다.

정작 당사자들도 그랬다. “공짜과자 먹을 생각에 입사했는데 화학공학도(관련학과가 없던 시절이라 봉지 재질인 화학 소재를 다루는 학과 출신이 주로 차출)라는 이유로 엉겁결에 포장이 천직이 됐고”(김 차장), “식품공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듣게 된 포장 강의가 삶을 바꾼 계기”(천)였다.

그들이 말하는 포장의 묘미는 내용물(그들에겐 과자)을 단순히 싸고 담는 게 아니다.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정확한 입체적 구성능력을 종이 필름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하는 공학이자 과학이다.

“제품 보호는 기본, 제품을 쉽게 꺼낼 수 있는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김)는 것이다. 특히 천 팀장은 “기계가 하는 대량 생산이라 까딱 봉지 수치를 잘못 계산하면 과자가 씹히고 포장이 안돼 엄청난 손실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럴싸한 봉지(케이스)를 개발하더라도 자동화가 가능한지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우리 눈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팔각형이나 타원형 과자 상자가 이들에겐 엄청난 노하우와 기술의 접목인 셈이다.

최근엔 환경보호와 비용절감까지 고려해야 한다. “콩기름 잉크와 무(無)톨루렌(공업용 화학약품), 수성코팅, 박스 재활용 등 그린패키지를 실현해 10년간 나무 52만 그루, 돈으로 따지면 연간 10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도입한 과자 박스 재활용은 현장을 설득한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이 몰라줘도 좋다. 단 2가지만 알아주길 바란다. “제 자식에게 먹이는 과자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하고있어요”(조), 그리고 “제발 과자 봉지는 절취선 따라 일자로 예쁘게 뜯어주세요. 안 그러면 제 맘이 갈기갈기 찢어져요.”(천)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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