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여권 내 권력지도도 많이 달라졌다.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핵심 실세들의 부침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청와대를 보면 초기 멤버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정권 초 파워그룹을 형성한 류우익 대통령 실장,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이 청와대를 떠났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참모진 교체여론과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상징되는 권력투쟁 때문이었다. 대신 그 자리를 정정길 대통령 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윤진식 경제수석 등이 채웠다. 초기 멤버 중에서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만이 남았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곽승준 이주호 전 수석과 박영준 전 비서관을 미래기획위원장,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각각 재기용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비록 한차례 퇴진의 아픔을 겪었지만 여전히 정권 내 파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쪽 권력지도의 변화는 한층 극적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때까지만 해도 당 실세들은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상득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 등은 정권 초 인사 작업과 지난해 총선 공천 때 만나기도 힘들 정도였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이상득 의원을 빼곤 대부분 부침을 겪었다.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은 낙선해 뒤로 물러나야 했고 정두언 의원도 '55인 공천 파동' '권력 사유화 발언 파문' 등으로 이상득 의원과 갈등을 빚으면서 한동안 잠수해야 했다.
대신 박희태 대표와 안경률 사무총장,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이 새로 당의 전면에 나섰다. 특히 홍 원내대표와 임 정책위의장은 신(新)주류 실세로도 불리고 있다.
최근엔 낙마한 개국공신들의 복귀 움직임도 활발하다. 낙선 후 미국으로 갔던 이재오 전 의원은 3월 귀국을 앞두고 있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도 재ㆍ보선 등을 통해 재기를 노린다. 강재섭 전 대표도 자파 의원모임인 '동행'을 만들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두언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 앙금을 털고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등 권력투쟁을 벌였던 친이계 핵심들이 최근 힘을 합치려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이 결속 쪽으로 가느냐, 아니면 분열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의 권력지도는 물론 이명박 정부의 그림까지 달라질 수 있다. 또 친이계의 화해 기류가 친박근혜계와의 화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행정부는 최근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정권 초보다 오히려 힘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성격도 달라졌다. 정권 초 주축그룹은 한승수 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강만수 기재부 장관 등이었다.
지금은 이 대통령의 측근인 기존의 신재민 문화부차관에다 박영준 국무차장, 이주호 차관 등이 가세하면서 파워 차관그룹이 형성돼있다.
원세훈 신임 국정원장도 연배나 경력은 더 무겁지만 기본적으로 측근 그룹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의 전진배치는 이 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로 풀이되며 이명박 정부의 국정 2년차가 성공하느냐 여부도 이들에 달려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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