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민소매 티셔츠에 꽉 끼는 하얀 바지. 여기에 검은 가죽조끼까지. 불량하기 그지없는 복장이다. 그러나 머리 큰 그가 입으면 웃음이 앞선다.
개그맨 정찬우가 2년 7개월만에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 돌아왔다. 단짝 콤비인 개그맨 김태균과 '컬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정찬우는 '웃찾사'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존재. 그의 지상파TV 귀환을 여의도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그는 예전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비둘기 합창단' 2탄에 해당하는 'New 비둘기 합창단'을 복귀 코너로 선택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영국의 유명 록그룹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한 '뭘해도 먹히리'. 돌팔이 웃음치료사 김야매 역의 김재우 연기 등에 추임새를 넣으며 코너를 총 지휘한다.
"뭘 해도 먹혀서 바지까지 먹혔다"는 코너 속 정찬우의 너스레가 마술을 발휘한 것일까. 그가 첫 선을 보인 '웃찾사'의 20일 방송분은 시청률 10.2%(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 5주만에 10%의 벽을 넘어섰다.
그는 "지지부진한 '웃찾사'를 위해 등장한 구원투수"라는 지적에 서슴없이 "맞는 말"이라고 했다. "저와 김태균이 들어와서 조금이라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했고, "개그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인 KBS2 '개그콘서트'를 따라잡고 싶다"는 말도 했다.
"제가 '웃찾사' 원년 멤버였고, 제가 있을 때 시청률 1위를 차지했잖아요. 1등을 만들어놓고 나가고 싶은 마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는 1등을 향한 기대감에서 "당장 시청률을 15%까지 끌어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정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다"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두루 볼 수 있는 코너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감 넘치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그는 시청률에 당장 효과가 나타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코미디는 좋은 코너와 캐릭터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려요. 한방에 되겠어요? 6개월은 두고 봐야죠. 이제 서서히 해봐야죠."
그는 '웃찾사'의 시청률 약세 보다도 "한국 코미디 시장의 침체가 더욱 걱정된다"고도 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공개방송 형식의 프로그램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디서 어떻게 웃길지를 다 파악하고 있다"며 요즘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 요인을 진단했다.
"아무래도 예전과 다른 코미디를 보여줘야겠죠. 출연자들의 탄탄한 연기는 필수이고 새로운 이야기 개발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는 김태균의 합류를 고대했다. 김태균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3월말께나 '웃찾사'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찬우는 "김태균이 돌아올 때까진 새 코너를 만들기보단 일단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고,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주일에 3일은 담당 PD와 작가와 회의를 한다. 내 간여도가 5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머리 속에서 숙성을 기다리는 개그 아이템은 '북한 홈쇼핑'과 '노래 강사' 코너. 기상천외한 설정에 컬투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를 버무려낼 작정이다. "30~40대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싶어요. 큰 기대보다는 '얘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구나' 그런 정도로만 봐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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