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의 노래'Gee'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다. 단지 'G'의 발음을 늘인 것일 수도 있고, 영어사전에 기재된 것처럼 '깜짝 놀라다'라는 뜻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어떤 네티즌의 주장처럼 인터넷 속어인 'ㅎㄷㄷ'(의태 속어인 '후덜덜'을 자음만 친 것)을 영타로 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사람들이 'Gee'를 한 번 들으면 도저히 이 단어를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3분 남짓한 시간 동안'Gee'가 수십 번 반복되는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이 단어를 자연히 기억하게 되고,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Gee'처럼 노래의 특정 부분을 쉽게 기억하게 만드는 후크송(Hook song)은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한 순간의 강조가 중요하고, 그 순간의 강조를 위해 독특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노바디 벗 유'같은 가사로 '후크'를 강조했다면 손담비의 '미쳤어'는 강한 표현으로 사람들의 귀를 자극한다. 그리고 'Gee'는 아예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를 사용했다. 뜻 없는 단어 위에 밝고 활기찬 소녀시대의 무대가 더해지면, 사람들은 'Gee'와 기분 좋은 느낌을 동일시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후크송들이 인기를 얻고, MBC '무한도전'에서 패러디할 만큼 'Gee'가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의미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노래에 몰입하면, 'Gee'의 가사처럼 '짜릿짜릿'한 즐거움이 따라온다. 후크송으로 분류되는 노래들이 대부분 경쾌한 댄스음악인 이유다.
최근 SK텔레콤이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비비디바비디부'역시 후크송과 비슷한 효과를 노린 듯하다. '비비디바비디부'가 반복되는 사이, SK텔레콤의 CF에는 비와 장동건이 어떤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아슬아슬한 농구경기에서 응원팀이 승리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뜻을 몰라도 '비비디바비디부'만 외우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Gee'나 '비비디바비디부'는 순간이나마 현실을 탈출하게 만드는 현대판 주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가 처한 팍팍한 현실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그 주문이 약속하는 세계로 몰입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현실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닐까.
후크송이나 '비비디바비디부'는 신데렐라를 생각나게도 한다. 그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뒤 마주할 현실은 처참하다. 다시 'Gee'나 들어야겠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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