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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루빈 전 美재무 '금융위기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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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루빈 전 美재무 '금융위기 궤변'

입력
2009.02.2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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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원인이 월스트리트에 있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방한중인 로버트 루빈 미국 전 재무장관이 23일 국제학술회의 ‘글로벌코리아2009’ 기조연설에서 금융위기 책임론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그는 “금번 위기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상호영향 등이 국제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따라서 문제해결의 책임도 전 세계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실망스런 발언이었다. 루빈의 누구인가. 미국경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재무장관, 그래서 ‘루비노믹스’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런 궤변을 늘어놓다니. 금융위기가 미국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변명’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루빈은 지금 금융위기 책임론의 중심에 있다. 탈규제-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그의 금융정책이 월스트리트를 ‘카지노’로 만들었고 결국 현 금융위기를 잉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본인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어쨌든 미국의 책임은 배제한 채 “중국 일본 독일 등 무역수지 흑자국들과 내년 G20 의장국인 한국의 적극적 역할 및 희생”만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물론 루빈이 책임을 지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루빈의 이런 시각이 금융위기를 보는 미국정부의 일반적 정서를 대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루빈은 그냥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 오바마 행정부에서 여전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의장,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현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 멤버들은 모두 ‘루빈사단’출신이다. 행여 이들도 루빈식 사고를 갖고 있다면….

G20 의장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이런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의장국 지위가 국력신장의 결실이긴 하지만, 거기에 도취할 일은 아닌 듯 싶다.

문준모 경제부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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