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출범 20일 만에 합의문을 내놓았다. 고통 분담과 양보를 통해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다.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 유지를 위해 노동계는 임금 동결과 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제계는 해고를 자제해 현재의 고용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편성해 일자리를 나누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실업자, 임시ㆍ일용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민간단체 역시 기부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나눔'의 문화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확산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마땅하고 옳은 선택이다.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고용불안을 극복하려면 각자 조금씩 희생하고, 참고, 나누는 길밖에 없다. 나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가 자칫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 노사민정이 이른 시일 안에 마음을 하나로 합친 것도 그런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노동계는 약속대로 파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경영계도 서약한대로 부당노동행위 근절은 물론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일방적 감원을 할 게 아니라 희망퇴직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정말로 실천해야 한다.
노사는 경제위기의 일차적 피해자인 비정규직,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지도 천명했다. 대기업 정규직원들이 임금 동결과 반납을 통해 사내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약자와 동료에 대한 이 같은 노사와 노노의 배려와 화합이야말로 위기극복을 위한 힘이고, 노사민정의 존재 이유이며, 우리사회를 '함께 가는 공동체'로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합의문이 진정 실효성을 가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처음부터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노사민정 대타협을 사실상 반쪽으로 만든 민노총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가 그들의 핵심 관심사인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기간제 연장에 대해 좀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보단체의 불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노총은 이번 합의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억지 해석을 버려야 한다. 그런 독단과 적대감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위험한 태도"일 것이다. 대립과 투쟁으로는 경제를 살려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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