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한 마을에서 70,80대 할머니 9명이 집에서 담근 과실주를 나눠 마신 뒤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나머지 7명도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과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3일 오전 9시30분께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송곡리 정모(75) 할머니 집에서 정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방 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 인근 이천의료원으로 옮겼으나 병원 도착 후 숨졌다. 이웃에 사는 또 다른 정모(71) 할머니도 같은 증세를 보여 서울 경희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유모(75) 할머니 등 5명도 복통 증세 등을 보여 서울의 병원에서 분산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할머니 2명은 병원치료는 받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할머니는 사건 전날인 22일 오후 4시께 송곡 1리 마을 회관에서 숨진 정씨가 가져온 과실주 두 주전자(약 3리터)를 함께 나눠 마셨으며 23일 오전 8시께부터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마시고 남은 과실주를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숨진 정씨를 부검키로 했다.
경찰은 또 정씨의 집에서 페트병에 담아 둔 메탄올 성분이 함유된 보일러 난방오일 일부가 없어지고 숨진 정씨가 메탄올을 마신 것 같다는 검안 의사의 소견에 따라 이들 할머니가 난방용 오일을 포도주로 잘못 알고 마셨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확인중이다. 난방오일은 포도주처럼 적갈색을 띠고 맛이 달착지근해 할머니들이 술로 잘못 알 수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포도주로 추정되는 물질을 마시고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6년 3월에는 경기 연천군의 한 마을 부녀회원 21명이 강원도로 가던 관광버스 안에서 집에서 담근 술을 나눠 마신 뒤 구토 및 손발 마비 증세를 보였다. 당시 이들이 마신 술에는 독초인 '초오'가 섞여 있었으며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독 성분이 술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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