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제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 안팎에서 찬반 양론이 비등하다. 물론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어떤 형식이든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단, 소비쿠폰 형식의 지원이 효과적인지, 또 부작용은 없는지 등이 공방의 쟁점이다. 자칫 아무런 효과 없이 수조원대 국가 재정만 허공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소비쿠폰제 도입 여부를 두고 정부 부처 간, 당정 간에 적지 않은 이견이 있다”며 “최종 도입 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마지막 단계에나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소비쿠폰이나 푸드스탬프 등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히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과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 일본은 1999년 1인당 2만엔(20만원 가량) 상당의 상품권을 나눠줬지만, 대부분 ‘카드깡’으로 현금화해 저축을 하는 바람에 소비진작 효과는 발행액의 10%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현금 지원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장관도 이날 “사회 소외계층에게 현금을 주면 소비와 연결되지 않고, 소비쿠폰을 주자니 일본의 카드깡처럼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복지전달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정부 내에서는 그나마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복지 지원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작년 연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1인당 최대 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지급했지만,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며 “일회성으로 현금이나 쿠폰을 살포하는 것은 저소득층 지원책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쿠폰 발행과 유통, 회수 등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 그리고 유가환급금처럼 지급 대상 선정 범위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소비쿠폰제 도입에 우호적인 분위기도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비교적 성공 케이스로 평가받는 대만처럼 소비쿠폰에 사용 시한을 못박고, 쿠폰 할인 행위에 대한 엄정 단속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내수 진작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불황기 내수진작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임종원 서울대 교수는 “저소득층의 생필품 구입비를 지원해주기 위해 쿠폰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역시 “불황의 골이 깊어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소비쿠폰을 지급해 소비 확대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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