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둑가에서 화제가 됐던 이른바 '억대 바둑판 소송'이 최근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1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피고 윤기현 측의 상고를 '이유 없다'고 기각, '바둑판 판매 대금 1억2,000여만원을 원고에게 돌려 주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억대 바둑판 소송'이란 부산시바둑협회장과 한국기원 이사를 지내다 2004년 7월 간암으로 타계한 고(故) 김영성씨 유족과 원로 프로기사 윤기현 9단 간에 명품 바둑판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다툼. 바둑계 유명 인사들간의 흔치 않은 송사인데다 문제가 된 바둑판 가격이 1억원대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건의 전말을 요악하면 이렇다. 열성적인 바둑 애호가였던 김씨는 타계 직전 평소 절친한 사이인 윤9단에게 오랫동안 소장해 온 일본산 명품 바둑판 두 개를 건넸다. 1년 후인 2005년 7월 바둑판 한 개가 일본인에게 1,000만엔에 팔렸다. 유족들은 윤9단에게 바둑판 매각 대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윤9단은 "김씨가 생전에 둘 중 한 개는 윤9단이 갖고 하나는 팔아서 가족에게 주라고 했는데 이번에 팔린 건 내게 준 것"이라며 남은 바둑판 한 개만 돌려 줬다. 그러자 김씨 유족들은 2007년 6월 부산지법에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2008년 4월 "김씨가 피고에게 바둑판을 (증여한 게 아니고) 매각을 위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매각 대금 1억2,000여만원(당시 환율로 1,000만엔에 해당)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무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람이 없는 '망자(亡者)와의 구두 약속'을 당사자의 주장만으로 진실이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대해 윤9단이 "억울하다"며 항소해 양측이 "김씨가 공개석상에서 윤9단에게 바둑판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명품 바둑판에 대해 자랑은 많이 했지만 누구에게 주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등 서로 자기측에 유리한 증인을 내세우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그렇지만 2심 역시 2008년 11월 항소를 기각, 다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윤9단이 즉각 상고, 3심까지 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한국기원 한상렬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18일 "프로기사의 품위를 훼손하고 한국기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윤기현 9단에 대해 3월 26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1심 패소후 기자 회견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윤기현 9단.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3심까지 갔으나 자기 주장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제출치 못해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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