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지배하는 불안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20일 환율 1,500원선과 주가 1,100선이 아래위로 동시에 무너졌다. 상황을 반전시킬 호재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지난해 경험한 최악의 상황을 넘어설 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1,500ㆍ1,100 동시 붕괴
금융시장에는 이날도 전형적인 ‘트리플 약세’(주가 하락, 원화가치ㆍ채권금리 상승)가 재연됐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1,515.0원까지 치솟은 뒤 1,506.0원으로 마감, 가볍게 심리적 저항선(1,500원)을 뚫었다. 최근 9거래일간 125원이나 폭등하면서 지난해 11월24일(1,513.0원) 이후 3달 만에 기록한 최고치. 원ㆍ엔 환율도 덩달아 1,599.41원까지 치솟아 1977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도 심리적 저항선(1,100)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15포인트(3.72%) 급락한 1,065.95로 마감했다. 낙폭과 하락률 모두 올 들어 세 번째로 지난해 12월5일(1,028.13)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이날도 올 들어 최대규모인 3,610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1조5,000억원 넘는 ‘셀 코리아’ 행진을 계속했다.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여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연 4.77%로 마감했다.
■ 눈덩이 불안심리 탓
이날 충격은 간밤 뉴욕증시 하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의 실업자 수 500만명 돌파 우려 등으로 다우존스지수가 6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7,500선 붕괴)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 국내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주 내내 지속중인 국내외 악재가 갈수록 투자 불안심리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것이 시장 악화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동유럽발 2차 세계 금융위기 우려가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고, 일본계 자금 등 외국인 투자금의 3월 대거 이탈 우려, 미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파산우려에 더한 국내 GM대우의 자금난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조달난 가중 현상도 어느 것 하나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반면,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의 경우, 당국의 달러매도 개입이나 투자자들 사이에 지나친 오버슈팅(과열) 공감대가 형성돼 스스로 꺾이는 현상 정도가 그나마 호재로 기대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관심은 무엇보다 환율에 쏠리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이날 “금융위기 확산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워낙 상승세가 가팔라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일단 지난해 기록한 장중 고점(1,525원)이 다음 지지선으로 보이지만 장기 전망은 안개 속"이라면 "과도한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퍼질 경우, 급격히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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