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국민과의 소통은 미흡했다."
당ㆍ정ㆍ청 핵심인사들이 20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놓은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자평(自評)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내놓음으로써 위기극복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음에 대한 자부심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인사 난맥상과 쇠고기 파문 등 현 정부의 실정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소통부족에 대한 반성도 대국민 홍보 강화를 해답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1년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청와대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청와대는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양대 과제 달성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왔다"며 금융위기 우려 해소, 주변 4강과의 관계개선, 규제개혁, 녹색성장을 통한 신성장동력 기틀 마련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고위 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한승수 총리는 "1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국민과 가까이하면서 정책을 많이 생산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총리와 장관들, 정책지도부가 조금만 더해주면 완전한 봄이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국민도 희망의 싹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경제위기 극복 토대 마련과 국가정체성 및 법질서 확립 노력,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지난 1년의 성과로 평가했다.
여권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대목은 정부의 위기극복 노력과 국정과제에 대한 홍보 부족, 그리고 소통 미흡이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일자리 창출 효과를 비롯한 정부 정책의 비현실성과 모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당ㆍ정ㆍ청은 여권 화합을 통한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조성, 대화ㆍ타협을 통한 야권 끌어안기, 국정과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 노사민정 사회대타협 체결, 일자리 창출,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 기조 유지 등을 향후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권은 '고소영ㆍ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과 도덕성 논란을 초래한 인사 문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쇠고기 협상과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 용산 참사 등에 대해선 "어려운 국정운영 환경으로 개혁과제의 추진이 지연됐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대북정책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확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은 대대적인 홍보전을 전개하자는 정도로 격하되고 말았다. "당ㆍ정ㆍ청 전원이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하자"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비판여론 수렴과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 등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야권을 껴안겠다고 했지만 고위 당정협의회에선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만이 강조됐다. "지난 1년에 대한 통렬한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는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의 쓴소리도 "통치기반을 잘 활용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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