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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터프한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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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터프한 클린턴'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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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첫 한국 방문 길에 대뜸 북한의 ‘리더십 위기’를 논했다.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요지다. 언뜻 북한의 안팎 동향이 자못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ㆍ 중 등 주변국의 공조를 강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발언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 문제에 관해 갖가지 추측이 나도는 상황을 곧장 ‘리더십 상황이 불확실한 시기’라고 규정한 것은 북ㆍ미 관계의 관행에서도 파격적이다. 아무리 적대국이라도 ‘리더십 위기’를 공개적으로 논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다.

■클린턴의 발언은 한마디로 터프(tough)한 느낌이다. 그저 거칠다기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정책 기조로 천명한 ‘터프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가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이를 두고 조금씩 달리 번역하지만, 억지로 꾸미거나 우회하지 않고 곧장 핵심에 접근하는 외교로 풀이할 만하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중대 도발’로 들릴 발언을 서슴지 않고, 국무부가 사견이 아니라 국무부 공식입장이라고 설명한 것이 모두 그리 비친다.

■이렇게 보면, 클린턴은 북한과 주변국에도 ‘터프하고 직접적인’ 접근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핵 협상의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이 리더십 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이를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우선 듣기에는 주변국에 새로운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칫 북한을 자극할 파격 발언의 진짜 표적은 바로 북한이라는 인상이다. 이를테면 “리더십 위기에서 내부 단속을 위해 밖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이런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순조로운 후계 문제 해결을 도울 뜻이 있음을 넌지시 전한 것으로 볼만하다. 북한이 목을 매다는 체제생존과 후계구도 정착을 북핵 해결과 맞바꿀 수 있다고 손을 내민 형국이다. 그게 북핵 폐기와 관계정상화를 놓고 부시 때보다 타협적 자세를 보이는 것과도 통한다.

결국 클린턴의 발언은 터프한 듯하면서도 자못 부드럽다.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북한의 움직임과 대북 정책을 놓고 죽어라 싸우는 우리 사회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후계가 누구일까 점칠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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