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교육청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는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 홍성의 한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C(51) 교사는 "아무리 결과 공개가 두려워도 고의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것은 공정한 경쟁의 룰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공교육의 힘으로 칭송받던 해당 지역 학생, 학부모들만 졸지에 죄인으로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부모 김모(33ㆍ여)씨는 "가뜩이나 성적 공개로 타 지역과 비교 당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돌출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여파가 너무 크다"며 "시험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면 국가가 주관하는 평가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육청의 도덕성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충북 괴산교육청 관계자는 "성적 결과는 장학이나 바람직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인데도 결국 서열화 용도로만 활용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내세운 정부의 성적 공개 취지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언론과 여론은 지역과 학교들을 줄세우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알몸이 다 드러났는데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D초교 김모(41) 교사는 "성적 공개 이후 각 시ㆍ도 교육청이 쏟아낸 후속 대책을 보면 성과급 삭감, 인사상 불이익 등 주로 '채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성적 부풀리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교육학)는 "지금처럼 성적 공개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비교를 통한 경쟁은 계속해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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