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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산문집 '마흔살 고백' 출간/ 먹고사는 일·부모노릇의 엄숙함 갈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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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산문집 '마흔살 고백' 출간/ 먹고사는 일·부모노릇의 엄숙함 갈피마다

입력
2009.02.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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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선옥(46)씨가 산문집 <마흔살 고백> (생활성서 발행)을 냈다.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2003~2004년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마흔살 이쪽 저쪽으로 5년 안짝"에 쓴 에세이 38편을 묶은 것. 작은 일에도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웃들, 불혹(不惑)을 넘어서면서 깊어진 인생에 대한 생각, 신앙인으로서의 내적 성찰 등 한 편 한 편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글의 주축은 '어미'로서의 체험이다. 고정수입이 없는 전업작가로 세 아이를 키우며, 허름한 세간을 싣고 고향 곡성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춘천으로, 춘천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다시 춘천으로 옮겨다니며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씨름했던 작가의 경험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한 아이를 잠시 시설에 맡겼던 경험을 털어놓는 작가는 입양을 권하는 상담원 앞에서 "오직 그 한 생각, 내가 지금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당장에는 힘들지만 당장 힘들다고 아이들을 버리면 죽을 때까지, 설사 내가 육체적으로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평생을 정신적 진흙탕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그렇게 피눈물 나는 나날을 통과하면서 작가에게 더욱 강렬하게 각인된 것은 '먹고 사는 일' '부모노릇 하기'의 엄숙함이다. 본업인 소설쓰기보다는 이곳저곳의 작은 글 청탁을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자괴감에 빠졌던 그는 이내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작업화를 저벅거리며 공사현장으로 걸어가시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올 수 있는 그 어떤 형태의 고난, 억압, 모욕, 치욕까지도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 있을 때가 아니겠는가. 사실, 내 입에 들어오는 그 밥을 위해서 내 부모는 또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감수했을 것인가."

체구가 작아 왕따를 당하는 이웃집 아이의 엄마를 부둥켜잡고 편견의 폭력성에 치를 떨며 울었던 기억, 일년에 한두 번 "꽃 폈다. 꽃 봐라" "달 떴다. 달 봐라" 하는 짧은 안부전화로 애틋한 정을 전하곤 했던 돌아가신 당숙의 추억에 관한 글 등은 슬쩍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만든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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