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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美 국무, 이화여대 강의/ "여성의 힘 있어야 평화·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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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美 국무, 이화여대 강의/ "여성의 힘 있어야 평화·번영"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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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특강은 그녀의 당당함과 소탈함, 유머감각이 유감없이 보여진 자리였다.

클린턴 장관은 10분 가량의 강연을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연단을 벗어나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질문자를 직접 손으로 가리켜 지정하는 등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을 연출했다.

첫 번째 질문 기회를 잡은 한 학생이 "로스쿨을 가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됐을 것인가" 묻자, 클린턴 장관은 객석에 앉아 있던 우주비행사 이소연씨를 가리키며 "여기 제 꿈이 있다"고 대답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클린턴 장관은 "변호사로 일하던 1998년 말 뉴욕 상원의원이 은퇴해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했을 때도 거듭 거절했을 정도"라며 변호사 직업에 대한 애착을 보여줬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권유했는데 사실 나 말고는 다른 사람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딸 첼시가 당신에게 얼마나 특별한가를 묻자, 미국의 국무장관이라기 보다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모성을 짙게 드러냈다. 그는 "그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면서 연단에 한 팔을 걸친 채 미소를 지었다.

딸이 태어난 지 1~2주가 지났을 때 우는 아이를 흔들 침대에 누이고 "너도 한 번도 아기였던 적이 없고, 나도 한 번도 엄마였던 적이 없으니, 어떻게든 잘 해보자"고 하소연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랬던 아기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건 엄마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직업과 가사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자신의 의지, 가족의 지지, 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똑똑하고 재능 있는 차세대 양육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답 말미에는 "문제의 핵심은 우선 가정을 갖는 것"이라며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통역 없이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이어갔고, 결국 30분으로 예정된 행사는 1시간을 넘겨 끝났다. 경호원들은 중국 출발시간이 늦어질까 시계를 연신 확인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클린턴 장관은 '여성의 경쟁력 강화' 제목의 특강에서 "국가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는 여성이 사회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진정한 남녀 평등을 이룬 나라가 아직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며 한국의 동참을 당부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6자 회담 의지를 갖고 있고, 북한이 완전히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한다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화여대 재학생과 교수진, 각계 젊은 여성 지도자 등 청중 3,000여명이 모여 클린턴 장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이화여대는 클린턴 장관에게 '명예이화인' 인증패를 수여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강에 앞서 행사장 옆에 마련된 간담회 장소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김유정 민주당 의원,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미형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 등 각계 젊은 여성 리더 12명과 10분간 환담을 나눴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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