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0시20분부터 20일 오후 6시45분까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 머문 시간은 20시간밖에 안 됐지만, 그는 특유의 열정과 에너지로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다.
클린턴 장관은 19일 밤 전용기 편으로 서울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1993년과 1996년 대통령 영부인으로 한국을 찾은 이후 세 번째 방한이다.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을 서울 시내 호텔에서 조용히 보낸 클린턴 장관은 20일엔 10여개의 일정을 쉴 틈 없이 소화했다. 이날 그가 입은 선명한 빨간색 재킷 만큼이나 열정적인 스케줄이었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클린턴 장관은 첫 공식 일정으로 오전 8시50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를 방문, 북한군 움직임 등을 보고 받았다.
방한의 메인 일정인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선 것은 9시50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간밤에 눈이 왔다"고 인사하자 클린턴 장관은 "좋은 징조로 내가 온 덕분"이라는 조크로 분위기를 띄웠다.
한시간 뒤 공동기자회견장에서 클린턴 장관은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민주주의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30분간의 접견에 이어진 전통 한식 오찬에선 유쾌한 '김치 환담'이 열렸다. 이 대통령이 "김치는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자랑하자 클린턴 장관은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으로 매직 푸드"라고 극찬했다.
클린턴 장관의 다음 일정은 영부인 시절 주미 한국 대사를 지낸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접견. 한 총리는 정부청사 엘리베이터까지 클린턴 장관을 마중 나와 포옹으로 인사했다. 한 총리는 영문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새겨진 작은 인장을 선물했고, 클린턴 장관은 바로 도장을 찍어본 뒤 활짝 웃으며 "앞으로 업무에 사용하겠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겨 한국 여성 지도자 10여 명과 환담한 뒤 학생 '여성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한 특강을 했다. 이어 그는 숙소로 돌아가 여성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한 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불러 격려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후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중국으로 떠나기 위해 오후 6시45분 전용기에 다시 올랐다. 그는 중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10여분간 '깜짝' 통화도 했다.
클린턴 장관이 "저와 남편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대해 '좋고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이 한반도와 북한 문제를 맡게 돼 대단히 다행이다"고 화답했다고 최경환 공보비서관이 전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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