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성적 부풀리기와 은폐 조작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허술한 시험관리의 문제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우선 파문의 진원지 전북 임실에서는 성적 조작을 넘어 통계 조작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그 동안 기초학력 미달학생 수를 허위보고한 임실교육청 박모 장학사가 지난달 6일 관내 초등학교로부터 평가결과를 취합한 뒤 전북도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4개 학교(표집학교 제외) 중 5곳은 박 장학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혔다.
A초교 교장은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전체 교사를 상대로 1월 6일 교육청과 접촉한 일이 있는지 점검했으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15일에야 교육청 과학조교로부터 담당 교사가 전화를 받고 기초학력미달자 수를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15일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 불과 하루 전이다.
B초교 교감도 "1월 5~7일 근무한 당직 교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교육청에서 온 전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실제 응시생이 61명인 Y초교의 경우 당초 5개 과목의 성취도가 모두 '보통학력 이상' 55명, '기초학력' 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어만 정확하고 나머지 과목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교육청의 엉터리 조사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박 장학사는 22일 도교육청 감사관실에 나와 "일선 학교에 전화를 걸어 기초학력미달자 수를 분명히 확인했으나 통화한 교사의 이름은 적어 놓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담당 장학사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1월 6일 당직 교사들의 명단을 확보해 23일 전화통화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임실교육청의 통화 내역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임실과 성적 오류가 확인된 대구, 충남 공주 외에도 부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성적 부풀리기 추가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학업성취도 평가의 총체적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 D중학교에서는 성적 처리가 끝난 평가 답안지를 교장 지시에 따라 재채점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서울에서도 성적이 나쁘게 나온 학생의 점수를 아예 뺐다는 소문이 학교 주변에 나돌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에 따르면 은평구 C고, 종로구 J고, 강남구 J고 등 서울 중부ㆍ서부교육청 관할 9개 고교에서 야구부, 축구부 등 운동부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 특수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평가에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문이 내려와 전체 학생들이 시험에 결시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는 "전교조가 서울의 성적 조작과 관련한 제보를 받아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의 평가 결과 전면 재조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고 누락, 채점 착오 등 핵심적인 논란들이 지난해 12월 성적 결과를 전수 공개로 변경한 교과부의 성급한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교과부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임실교육청의 성적 부풀리기도 1월 5일인 보고 기한을 15일로 착각하고 부랴부랴 통계를 작성하다 사고를 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감은 "교과부가 그릇된 상황 판단으로 성적 부풀리기를 자초하고도 모든 책임은 교육청과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실=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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