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005년 10월 강호순(39)의 장모 집 화재도 보험금을 노린 강씨의 방화살인 사건으로 결론 냈으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어 강씨가 계속 범행을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 방화 뒷받침하는 정황
검찰은 우선 화재 전문가 의견과 현장사진 분석 등을 거쳐 화재 원인은 유류로 판단했다. ▲거실 바닥 중앙에서 옆으로 번지며 불 탄 흔적 ▲그을음이 천장에서 발견된 점 ▲소방관들이 이불을 덮어 불을 끈 점 등이 모두 유류 화재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
검찰은 이어 화재 당일인 10월 30일 경찰이 찍은 현장 사진에 있던 흰색 플라스틱 통이 사흘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사진에서는 사라졌고 강씨가 화재 이튿날 몰래 현장에 들어간 점을 토대로, 강씨의 범행으로 결론 지었다.
강씨가 시너나 휘발유로 불을 낸 뒤 증거를 없앴다는 것이다. 당초 발화원인으로 추정된 모기향은 당시 기온이 섭씨 3.7도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검찰은 또 강씨가 화재 당시 방범창을 발로 차고 나왔다고 진술했다가 나사못 등이 멀쩡한 사진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뒤늦게 "공구로 방범창 나사를 풀고 나왔다"고 번복한 대목과 그을음을 마시고 5분 가량 기절했다가 탈출했다는 주장도 범죄 의심을 더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법의학자들에 따르면 일단 그을음을 마시고 기절해 그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다시 깨어나기 어렵다.
■ 공소유지 가능할까
하지만 이 같은 간접증거만으로는 검찰의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방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도 부담이다. 법조계 인사는 "자백이 없는 한 유류와 용기 등 범행도구 구입처, 범행 전후 알리바이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모친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조모(24)씨 사건도 직접증거가 없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불린 치과의사 모녀 방화살인 사건도 여러 간접증거가 제시됐으나 8년간 법정 공방 끝에 2003년 무죄로 결론 났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범행을 자백했다가 번복한 서울 이문동 살인사건도 2005년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자녀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자녀 등 4명이 탄 승용차를 저수지에 추락시켜 익사케 한 30대 가장에 대해 대법원이 2001년 보험가입 경위와 사고현장 상황 등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며 공소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 보험금 어떻게 처리되나
강씨가 이 화재로 보험회사 2곳에서 타낸 보험금은 4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연쇄살인 피해자 유족 5명은 지난 13일 피해배상금 1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보험금을 바탕으로 형성된 강씨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하지만 화재가 강씨의 방화로 최종 결론나면 보험사측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 예상되며, 이 경우 피해자 유족들이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측의 부당이득반환권과 유족측의 손해배상권이 동등한 권리여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선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송태희 기자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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