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는 수출에 너무 의존해왔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경제의 핵심은 '소비'이고 일본 경제 성장은 일본인의 복리후생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일본인의 소비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시카와 히로시(吉川洋ㆍ58) 도쿄(東京)대 교수는 최근 도쿄 폴린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09년 일본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일본 경제는 2000년대 들어 더욱 정도가 심해진 수출의존 경향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1년부터 6년간 내각부 경제재정자문회의 위원을 지냈고 경제정책 수립에도 간여하고 있는 그는 불황 극복 과정에서 어떻게 내수 중심의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인지 일본 정부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요시카와 교수는 2002년 초에 시작해 2007년 10월까지 69개월간 이어진 전후 일본 최장의 경기 확장은 다른 경기확장기와 달리 수출 증가와 이에 따른 설비 투자 확대에 크게 의존한 것이며 국내 소비의 효과는 지극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놓은 일본 경기확장기의 내수ㆍ외수 기여도 비교 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이어진 확장기 동안 일본 경제가 12.7% 성장하는 데 외수 기여도는 절반을 넘는 7.7%포인트에 이른다. 하지만 그 이전 1999~2000년은 0.2%포인트(성장률 4.2%), 1993~1997년은 0.2%포인트(9.0%)에 불과했다. 거품경제가 절정이던 1986~1991년의 24.8% 성장에는 외수의 기여도가 오히려 -0.9%포인트였다.
일본의 현 경기 침체 이유를 그는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6년 여 늘어온 설비 투자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유와 곡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를 수입, 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일본 경제의 교역 조건을 크게 악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지난해 전세계로 확대된 금융위기와 경제 불황이다. 요시카와 교수는 "전후 일본 최장의 경기 침체기는 제2차 석유위기 이후인 1980년대 3년간이었다"며 "일본의 경기는 2007년 11월부터 하강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교체기에 들어서서 이미 14개월이 지났고 이번 침체를 전후 최장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적어도 22개월은 더 이어질 것"이고 말했다. 아무리 일러도 일본은 2010년 10월은 지나야 침체가 끝난다는 계산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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