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정부와 민간을 합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받을 돈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외채권에서 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규모가 70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다. 받을 돈(채권)보다 갚을 돈(채무)이 많은 ‘순채무국’이 된 것은 1999년 이후 9년 만으로, 이 같은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08년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권(3,482억달러)은 2007년말(4,206억달러)보다 724억달러나 줄었다. 통화당국의 해외자산 감소(619억달러)가 주 요인으로 지난해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대규모 외화유동성 공급 탓이었다.
반면, 대외채무는 2007년말 3,832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805억달러로 27억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 규모는 -323억달러를 기록, 작년 3분기(-240억달러)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3개월 만에 폭이 더욱 커졌다.
한은은 수치상 순대외채무가 323억달러지만 이 가운데 환헤지용 해외차입금 등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1,027억달러)를 제외하면 순대외채권이 약 704억달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특히 지난해 4분기동안 대외채무가 급격히 줄었음을 강조했다. 3분기말 4,255억달러까지 치솟았던 대외채무는 4분기에만 450억달러나 줄었다. 분기 감소폭으로는 외채 통계가 작성된 1994년 4분기 이래 최대폭이며 대외채무가 연간 기준으로 감소한 것도 2001년 이후 7년 만이다.
만기별로는 단기외채가 385억달러나 줄어들어 전체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동외채(단기외채+만기가 1년 안에 돌아오는 장기외채) 비율이 작년말 현재 100% 아래(96.4%)로 떨어졌다. 최악의 경우에도 당장 갚아야 할 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적어진 셈이다.
부문별로는 은행들의 차입이 4분기에만 444억달러 급감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악화하면서 국내은행이 해외 차입금을 만기 연장하거나 신규 차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이 해외 본점으로 자금을 회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순채무국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보여야 하는데, 수출 환경이 안 좋아 당분간 순채권국 전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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