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도로공사에 두 번, 4위 현대건설과 3위 KT&G에 한 번씩. 하위권 팀을 상대로 4연패한 흥국생명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러나 19일 인천에서 천신만고 끝에 선두 GS칼텍스를 3-2로 꺾고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주포 김연경은 "마치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패 탈출 위해 돼지머리에 절
절대강자로 군림한 흥국생명은 프로 무대 팀 최다연패가 고작 2연패였다. 게다가 2006년 2월 이후에는 연패를 모르고 살았다. 남자부 한국전력 KEPCO45가 이번 시즌 25연패에 빠졌다지만 '연패의 충격은 흥국생명이 더 크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흥국생명은 대전 KT&G전을 이틀 앞둔 13일 연패 탈출을 기원하는 고사까지 지냈다. 돼지머리에 절을 하고서라도 연패를 끊고 싶었다.
응원전에서 이기면 혹시?
흥국생명을 비롯한 태광그룹 임직원 1,000여명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갔다. 선수단 사기를 위해 대규모 응원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KT&G전 패배로 팀 최다연패 신기록(4연패). 이승현 감독이 "서울에서 내려오신 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회사에서 "이게 무슨 창피냐? 프로답게 뛰라"고 코칭스태프를 질책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눈물을 흘리다
자존심이 상한 김연경과 용병 카리나는 16일부터 야간훈련을 자청했다. 충수염 수술을 받았던 카리나는 "내 탓이다"며 눈물을 흘렸다. 리베로 조상희는 연패에서 탈출한 19일에도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도 지는 줄 알았어요. 지면 안 되는데…." 일주일 동안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처럼 승전보를 전한 이승현 감독은 축하전화를 100통 이상 받았다. "우승하더라도 이보다 기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이 너무 많았거든요."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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