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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값… 귀금속 상가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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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값… 귀금속 상가 가봤더니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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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가게를 운영했는데 금값이 이렇게 높은 적은 처음입니다. 20년 전 시세가 3만원 안팎일 때 100돈짜리 금주전자를 300만원에 팔았는데, 요즘에 그거 다시 들고 오면 무려 1,000만원이 넘는 차익이 생기니 그야말로 ‘금값’이지요.”

각종 귀금속 및 결혼예물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도ㆍ소매점 4.000여개가 밀집한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 이 곳은 요즘 금을 팔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상가 내 가게를 운영하는 조현상(50)씨는 “치솟은 금값으로 금을 사러 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하고 대부분은 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봄을 앞두고 결혼 시즌이 시작되는데도 예물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하루에 5명 안팎이면 금 팔러 오는 사람은 10명도 넘는다”고 말했다.

20일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순금 3.75g(1돈)을 살 때는 18만9,000원, 팔 때는 15만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매입가가 평균 12만원 선인 데 비해 6만~7만원이 뛴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돌 반지 하나 사려면 이미 20만원을 넘게 줘야 하는 실정이다.

이유는 뭘까. 우선 국제 금값 자체가 뛰고 있다. 현재 국제시세는 온스당 974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금값은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은 환율이다. 작년에 1,000달러를 넘었을 때도 국내 시세가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결국 원ㆍ달러환율이 급등하다보니 수입금값 자체가 치솟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을 내다파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가격자체도 높아진데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진 탓이다. 한 귀금속상은 “금반지, 금목걸이는 기본이고 금으로 된 빗, 금메달, 금두꺼비, 금수저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귀금속 상가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오래 된 금반지 하나를 내놓았다. 그는 “76년에 사서 30년을 넘게 꼈더니 자식을 보내는 것만큼 허전함이 든다”며 “그래도 금값이 높을 때 파는 게 상책”이라며 주저없이 반지를 빼냈다. 그는 당시 반지 구입가보다 10배 가량 높은 36만6,000원에 반지를 팔았다.

2년 전 아내가 예물로 준 귀금속을 판 장만수(31)씨는 “착용 한 번 안하고 놔뒀는데 이참에 팔아서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탤 생각”이라며 “2년 전 약 130만원 가량 했는데 지금 220만원에 되팔았다”고 말했다.

결혼 예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부모님이 갖고 있던 금을 예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비신부인 딸과 함께 온 김영채(56)씨는 “내가 결혼할 때 샀던 금시계와 아이 돌 때 마련했던 돌반지 등 집에서 묵혀뒀던 금을 다 가지고 나왔다”며 “이거 팔아서 폐물을 해 줄지 녹여서 새로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 신부 심재경(28)씨는 “금값 변동이 심해 금 세트대신 가격변동이 적은 다이아몬드 단품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많다 보니 금을 매입하고 있던 귀금속 업체들의 현금이 바닥난 상황. 한국귀금속거래소 오정선 회장은 “금 매도 러시 현상으로 업체들이 현금이 없어 금 매입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환율안정화 라던지 불법 유통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등 금값안정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수(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3년) 인턴기자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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