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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진화론의 유혹' 세상을 해독하고 싶다면 진화론을 들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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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진화론의 유혹' 세상을 해독하고 싶다면 진화론을 들춰보라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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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ㆍ김영희 등 옮김

북스토리ㆍ544쪽ㆍ2만5,000원

저자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 뉴욕주립대 교수는 ‘진화생물학자’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진화론자’라 부른다. 진화론이 결코 생물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공룡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것만 아니라 모든 종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것이 진화론”이며 “진화론의 기본 원리들은 상징적 사고와 문화, 그리고 도덕성과 관련한 인간의 능력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진화론의 유혹> 은 이런 저자가 다양한 전공의 학생을 상대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진화론(Evolution for Everyone)’이라는 강좌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가장 과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욕망’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생명의 기원부터 국가와 종교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조물’을 진화론의 관점으로 풀어간다. 송장벌레의 영아 살해와 쇠똥구리의 뿔, 말려 있는 개의 꼬리, 선악 관념과 이타심이 모두 진화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36번의 강의로 이뤄진 강좌를 좇다 보면, 개별적 사안으로 보이는 세상의 현상들이 서로 연관돼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또 진화론이 ‘세상의 완벽한 해독’을 꿈꾸는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게 된다.

저자는 다윈의 강력한 이론 덕에 현대의 진화론자들이 광활한 사고의 제국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인문학적 주제들도 거침없이 넘나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하나의 집단지성으로 살아가는 꿀벌으로부터 부족사회를 거쳐 현대 국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것을 진화론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표피적인 ‘행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 종교처럼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적 연구 과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을 지닌다. “진화론을 모르고서는 작게는 인간을, 크게는 생명체와 모든 사회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예컨대 실용주의와 칸트의 정언명령이 빚는 도덕적 딜레마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생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선악의 황금률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생명체는 바이러스인데, 이것은 세포에 침입할 때 세포의 유전자들에게 더 많은 바이러스로 조합될 수 있는 생산물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종종 지상의 도덕 관념에 무관심한 올림포스산의 그리스 신들처럼, 우리는 실험관에 담긴 바이러스 입자들의 농도를 변경함으로써 선과 악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202쪽)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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