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신속ㆍ과감한 조치로 경제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이 최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놓은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자평(自評)이다. 한승수 총리는 "이제 국민도 희망의 싹을 보는 것 같다"고 정부의 위기 극복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인식에 대해 "너무 성급하고 안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유럽발(發) 금융위기 가능성과 세계 경기침체의 가속화,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융 불안과 미국증시 침체 여파로 주가 1,1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유동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등 '3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에 주는 심리적 불안감도 상당하다.
원ㆍ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4분기와 같은 글로벌 패닉 현상이 빚어지진 않겠지만, 이미 달러당 1,500원을 뚫고 올라간 이상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가 고조되면 환율이 1,600원까지 단기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도 관심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환율 상승을)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2,000억달러에 '턱걸이'(1월말 현재 2,017억달러) 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문제다.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깨기가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시장 악화로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어려워진 데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달러도 절반 이상 소진한 상태다. 정부가 환율시장 불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내외 증시는 이번 주도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악재는 역시 전저점을 이탈해 6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은 미국증시의 약세 우려다. 동유럽의 불안과 GM의 파산 신청 가능성, 부실채권이 누적된 씨티은행 등에 대한 국유화 논란 등을 감안할 때 증시 저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2월 소비자기대지수(24일), 미국 1월 기존 주택매매(25일), 우리나라의 작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ㆍ일본 1월 실업률(27일) 등의 국내외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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