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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강은교 추모시 '길 위에서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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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강은교 추모시 '길 위에서 길을'

입력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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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어디메 하늘길 가고 계시는지요?

아니 다 가셨는지요?

여기선 하늘이 참 멉니다.

흐린 구름살(肉)만이 헌 돛처럼 펄럭거리고 있습니다

길도 우리의 길이 아닙니다

어둠의 발소리 길 위에 가득 울릴 뿐입니다

시간의 잔기침소리 길 위에 가득 춤출 뿐입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언제나 길이셨던 당신

언제나 출렁이는 잎이셨던 당신

아, 스테파노 님

지금쯤 어디메 가셨습니까

우리 길 위에서 길 잃었을 때

어디메 쯤에서 당신의 뿌리 출렁이고 계시렵니까

분홍 종소리가 울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뿌리가 달려오는 분홍 종소리 위에 사뿐 내려 앉는군요

내려와 어느새

저녁 걸어오는 세상 받쳐드는군요

아, 스테파노님

그 분홍 종소리 위에서

오늘 당신은 불멸(不滅)이십니다.

당신이 불멸이시니

오늘 우리도 불멸입니다

그 잎 주십시오

그 살(肉) 주십시오

그 향기 주십시오

그 뿌리 주십시오

우리 당신으로 하여 우리의 불멸 깊이깊이 받사오리니.

강은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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