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어디메 하늘길 가고 계시는지요?
아니 다 가셨는지요?
여기선 하늘이 참 멉니다.
흐린 구름살(肉)만이 헌 돛처럼 펄럭거리고 있습니다
길도 우리의 길이 아닙니다
어둠의 발소리 길 위에 가득 울릴 뿐입니다
시간의 잔기침소리 길 위에 가득 춤출 뿐입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언제나 길이셨던 당신
언제나 출렁이는 잎이셨던 당신
아, 스테파노 님
지금쯤 어디메 가셨습니까
우리 길 위에서 길 잃었을 때
어디메 쯤에서 당신의 뿌리 출렁이고 계시렵니까
분홍 종소리가 울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뿌리가 달려오는 분홍 종소리 위에 사뿐 내려 앉는군요
내려와 어느새
저녁 걸어오는 세상 받쳐드는군요
아, 스테파노님
그 분홍 종소리 위에서
오늘 당신은 불멸(不滅)이십니다.
당신이 불멸이시니
오늘 우리도 불멸입니다
그 잎 주십시오
그 살(肉) 주십시오
그 향기 주십시오
그 뿌리 주십시오
우리 당신으로 하여 우리의 불멸 깊이깊이 받사오리니.
강은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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