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여권 중진들과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중진과의 회동이 공개된 것만해도 다섯 차례가 넘는다. 대부분 만찬 또는 오찬을 겸한 회동이어서 'MB의 식사정치'라는 얘기까지 나오며, 이 대통령이 '여당과의 소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저녁 청와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몇 차례 시도지사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수도권 단체장 3명만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재정의 조기집행, 4대강 살리기 사업, 일자리 창출 대책 등을 설명하면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역량의 총결집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책적 설명과 논의 외에도 자연스럽게 정치상황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고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1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만났으며, 2월 들어서는 자신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6일)과 정몽준 최고위원(11일) 등 여권 중진들을 잇따라 만났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민심을 직접 듣고 정치권 인사들과도 만나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의원도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승부를 걸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여권 내 결속 차원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도 나온다. 대선주자군 관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만난 정몽준 최고위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모두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잠재적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중진들과의 독대가 확대 해석되는 것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들과의 만찬에서 당 고위관계자에게 "왜 정두언 의원이 나의 메신저 역할을 해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만난 것처럼 보도되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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