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였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같은 미국의 까다로운 요구도 없었고, 오히려 북한에게 통미봉남(通美封南) 대신 용남통미(用南通美) 하라는 메시지까지 던지지 않았나."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제기됐던 한미 간 대북정책 엇박자 우려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당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해 한국 정부도 유연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국을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동안 북미관계 개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거부한 채 미국만 바라보는 통미봉남 시도를 거부한 것이다. 대신 "남쪽과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미국으로 오라"는 '용남통미'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 북한의 핵군축 협상 기도를 무산시켰다.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준비 움직임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1718호를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도 정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짐도 덜어줬다.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도 이날 회담에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려할 만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클린턴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밝혔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대사를 대북 특사에 공식 임명한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보즈워스 특사의 경우 그 동안 내정설만 있었는데 전세계 언론과 북한이 주목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깜짝 발표한 것은 북미대화의 적극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즈워스 특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보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주목된다.
또 19일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도 북한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자극제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그가 "비상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리더십(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라고 답변을 끝맺은 대목이 그렇다.
일단 미국이 새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 과정에 있는 만큼 이번 회담은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이 파병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을 볼 때 언제든 파병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대북정책이 정리되는 대로 북미관계 개선을 향해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치밀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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